기적의 사과
기무라 아키노리, 이시카와 다쿠지 지음, 이영미 옮김, NHK '프로페셔널-프로의 방식' / 김영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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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어쨌거나 마음을 고쳐먹어서 다행이라고 했던가? 그러고 나서 바보가 되면 좋다고 말해 줬지. 겪어 보면 알겠지만, 바보가 되는 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거든. 하지만 죽을 마음을 먹을 정도라면 그전에 한번 바보가 되어 보는 것도 좋아. 똑같은 생각을 품어 본 선배로서 한 가지 깨달은 게 있어. 한 가지에 미치면 언젠가는 반드시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거지."

p.31

 

"아무리 고성능 컴퓨터라도 데이터를 넣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잖아. 데이터는 과거야. 과거의 데이터를 아무리 모아 계산해본들 새로운 건 생겨나질 않아. 미래를 열 수는 없어. 컴퓨터는 말이지, 나한테는 그저 단순한 장난감일 뿐이야. 그런데 결국은 그 기계에 의해 인간이 부려지는 날이 올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 사람이 만든 기계에 사람이 부림을 당할 때가 올 거란 생각 말이야."

p.48

 

개척자는 고독하다. 인류를 위해 뭔가 새로운 것, 진정한 의미에서 혁신적인 것을 이뤄 내는 사람은 예로부터 늘 고독했다. 그것은 기성관념을 깨부수는 일이기 때문이다. 과거로부터 축적되어 온 세계관이나 가치관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볼 때, 개척자는 질서를 파괴하는 자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pp.172~173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건 그렇게 대한한 게 아니야. 모두들 내가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하지만, 실은 내가 아니야. 사과나무가 힘을 낸 거지. 이건 겸손이 아니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 인간이 제아무리 애를 써본들 자기 힘으로는 사과 꽃 하나 못 피워. 손끝이든 발끝이든 사과 나무 꽃을 피울 순 없지. 그거야 당연한거 아니냐고 생각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그것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는 거야. 온 밭 가득 활짝 핀 꽃을 보고 난 그걸 절실히 깨달았어. 저 꽃을 피운건 내가 아니라 사과나무라는 걸 말이지. 주인공은 인간이 아니라 사과나무였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지."

 

 

이시카와 다쿠지, <기적의 사과> 中

 

 

+) 언젠가 아버지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아빠, 농사 짓는 사람들은 정말 힘들 것 같아요. 육체 노동도 노동이지만, 일년 동안 보살펴야 할 농작물을 기다리는 마음이 얼마나 초조할까요? 그러다 자연 재해나 병충해라도 입어서 수확량이 없게 된다면 정말 미칠 것 같아요. 내가 농부라면 난 몇 달 몇 년을 기다리는 일을 절대 못할꺼에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나였기에 '기무라'씨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그의 의지와, 끈기와, 믿음. 자연에 대한 믿음. 10년을 기다리고 사과나무에 열정과 관심을 기울인 결과 그는 농약을 전혀 쓰지 않고도 달콤하고 신선한 사과를 재배할 수 있었다. 그 순간에도 그는 자신의 일이 아니라 사과나무에게 고마워야 한다고 했는데. 그말이 어찌나 그렇게 감동적인지...

 

기다려본 사람은 안다. 무작정 기다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런 면에서 그는 자신의 삶과 가족의 삶까지 걸고 10년이 넘게 사과나무와 대화를 나누고 연구한 결과 최고의 사과를 얻었다. 그건 그의 말대로 그만의 노력이 아니다. 그의 대화 신청에 수락한 사과나무의 노력도 있으니까.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 그곳에서 가장 달콤한 열매로, 나무도 우리도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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