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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꽃
노발리스 지음, 신영환 옮김, 김태균 그림 / 종이나라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광부는 가난하게 태어나서 가난하게 살다가 이 세상을 떠나는 법이죠. 광부는 단지 금속의 힘이 뿜어져 나오는 곳이 어디인지를 아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며 산답니다. 지하에 묻혀 있는 것들을 캐내 세상의 빛을 보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답니다. 광부들의 순수한 마음에 비한다면, 빛나는 금덩어리는 아무 것도 아니랍니다. 그렇구 말구요. 광부들은 금덩어리가 묻혀 있는 곳이 어딘지 알아내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답니다.
p.118
역사를 서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인으로서의 자질을 갖춰야 합니다. 여러 가지 사건들의 숨겨진 인과관계를 파헤쳐 능수 능란하게 엮어내는 자질을 갖춘 자가 바로 시인이기 때문이지요. 시인들이 쓴 소설이나 우화를 읽다보면, 거기에 숨어 있는 시인들의 신비한 능력에 감탄을 하게 되지요. 인간의 삶 속에 내재한 신비로운 정신세계를 포착하여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섬세한 감각을 갖고 있는 사람은 오로지 시인뿐입니다.
pp.148~149
"시란 말이야, 무엇보다 엄격하고 진지하게 추구해야 하는 예술이야. 단순히 유희를 위해서 시를 이용해서는 안 되네. 하루 종일 한가롭게 이미지와 감정을 찾아서 떠돌아다닌다고 해서 좋은 시를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 난 오히려 그런 방법은 잘못됐다고 생각해. 순수한 감성, 열린 마음, 계속되는 성찰과 명성을 통해 얻게 되는 능숙함 그리고 모든 사물에 생명력을 부여할 수 있는 능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 이러한 것들이 참된 시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덕목들이지. 자네가 정녕 내게서 배우고 싶다면, 하루하루 지식을 쌓고 통찰력을 키우는 노력을 부단히 해야 할걸세.
p.202
"젊은이! 양심이라는 것은 우리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실행에 옮기고, 그 결과 어떤 진리가 이루어지는 순간에 나타나는 거라네. 성찰을 통해 하나의 세계상을 구현하는 경지까지 동반되는 모든 성향과 재능은 양심의 변형된 형태가 일부 발현된 것일 뿐이야. 사실 모든 존재는 발전을 거듭하여 우리가 '자유'라고 부르는 목표에 도달하게 되어 있지.
p.312
노발리스, <푸른 꽃> 中
+) 이 소설은 주인공 '하인리히'가 푸른 꽃에 관한 꿈을 꾸면서 시작된다. 그 꿈을 꾼 뒤 신비로운 푸른 꽃을 찾아서 떠나고 싶어하는데, 마침 그때 어머니의 도움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여라 가지 사건들을 경험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드데 되면서 그는 내면에 존재하는 푸른꽃에 한걸음 다가가게 된다.
이 소설은 사실 미완의 작품이다. 1부에서 하인리히가 시인으로 성숙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2부에서 성숙한 시인의 활약상을 그리려고 했으나 2부의 1장만을 남긴 채 더 진행되지 못했다. 그로 인해 많은 평론가들은 이 소설을 성장소설로 여기고 있다.
이 소설은 실존인물을 주인공으로 집필하여 전기적인 성격을 가졌다. 물론 자전적인 성겪을 띄기도 한다. 무엇보다 매력적이었던 것은 소설, 설화, 철학, 시, 등 많은 문화를 담고 있어서 흥미롭다. 나는 시에 대한 혹은 시인에 대한 생각들에 공감하는 것이 많았다. 우리가 시 혹은 시인을 너무 특별한 것으로 만드는 것은 아닐까 싶다. 작자의 말처럼 순수한 감성을 바탕으로 시는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차 한 잔 마시며 은은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다. 여행하며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새로운 삶에 대해, 가치에 대해 깨닫게 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