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정원 - 상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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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되는 게 좋을 거예요. 관념이 지향점을 잃으면 우리 아버지 같은 인생이 되지요.
 사람에게나 아니면 무슨....... 풀꽃도 제철이 있는 거 아닌가요? 아버님의 이십대가 그분의 생에에서 가장 빛나던 시절이었고, 살아남는다면 그뒤에는 그냥 사는 거요.

 당신들은 왜 모두 그런가 몰라요. 마차 끄는 눈 가린 말처럼 시야를 앞으로만 내놓고 있지요.

 먼 길을 가야 하니까.

(상) p.106

 

사는 일에 단순함이란 없어요. 당신의 독방생활마저 당신 생각처럼 거대하고 복잡하지 않던가요.

(하) p.6

 

지금은 아무도 자유스럽지 않아. 무엇을 하든 어떻게 살든 모든 게 연결되어 있어. 나중에 세상이 변하고 나면 우리 세대의 삶들은 까마득하게 잊혀질지두 몰라.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작은 힘들을 서로 보태고 더 크게 만들어서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야 해.

p.46

 

아무리 최근의 기억이라 하여도 갇힌 자가 겪은 일들은 아물거리는 꿈과 같다. 기억이란 역시 그가 자유로웠을 때로 돌아가야만 완전해지지 않는가.

pp.139~140

 

 

 

황석영, <오래된 정원> 상, 하 中

 

 

+) 이 소설 속 주인공 남녀는 80년대 이후 격동기 한국사회의 한 가운데 서 있다. 또한 사회주의권의 붕괴를 근간으로 하는 세계사적 변화를 중심으로 독일에서의 삶 또한 그려내고 있다. 두 남녀의 만남에서 사랑, 그리고 헤어짐을 철저하게 사회적인 배경 속에서 진행한다. 기본 구조는 80년 당대 긴장된 한국 사회와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얽혀서 전개된다.

 

작가의 체험이 녹아 있는 감옥생활이나 한윤희가 독일 유학중에 체험하는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생생하게 묘사된다. 어디까지나 작가의 경험이 되살아나는 필치라고 볼 수 있다.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지만 사랑이라고 맞물려 두 개의 플롯으로 구성되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개혁과 변화, 그리고 자유를 꿈꾸는 젊은이들의 실천적인 행동에서 새삼스럽게 부끄러움을 느꼈다. 하나의 힘이 모여 변화를 꿈꾼다는 것. 먼 미래를 희망하며 느리게 느리게 달라지지만 그들은 그것을 위해 자신의 생 전부를 걸었다. 나는 그래본 적이 있는가, 그런 상황이라면 어떨까 돌아보게 만드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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