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결혼 시키기
앤 패디먼 지음, 정영목 옮김 / 지호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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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는 평범한 독자는 "비펴가나 학자와 다르다"고 하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그는 교육이 모자라고, 타고난 재능도 별로 많지 않다. 그는 지식을 나누어 주거나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정정하려 하기보다는 그저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는다. 무엇보다도 그는 손에 닥치는 이런 저런 잡동사니로부터 자신을 위해 어떤 전체를 창조하고자 하는 본능의 안내를 받는다." 이 책은 선반 가운데가 내려앉은 내 책꽂이들을 빽빽하게 채우고 있는 그 수많은 잡동사니로부터 내가 창조하려고 했던 그 전체이다.

pp.14~15

 

똑같은 판본의 책이 두 권 있어서 둘 가운데 조지 것을 보관하기로 했는데 내가 그것을 까맣게 잊은 것이 틀림없었다. 이렇게 나의 책과 그의 책은 우리 책이 되었다. 우리는 진정으로 결혼을 한 것이다.

p.26

 

7시간 뒤 리버런 책방에서 나왔을 때 우리는 9킬로그램의 책을 들고 있었다. (집에 와서 무게를 달아 보았다) 이제 내가 왜 조지와 결혼했는지 독자도 알 것이다. 내 관점에서 낡은 책 9킬로그램은 싱싱한 캐비어 1킬로그램보다 적어도 9배는 맛있다. 당신은 뵈브 클라쿠오가 생일 선물로 더 낫다고 생각하는가? 하지만 나한테는 9달러짜리 빈센트 스타렛의 1929년판 <<돈은 지혜롭게 책은 어리석게>>를 달라.(조지가 누구보다 먼저 구해다 줄 것이다.)

p.202

 

앤 패디먼, <서재 결혼 시키기> 中

 

 

+) 책을 읽는 내내 작가와 절친이 된 듯한 착각에 빠졌다. 적어도 작가가 책에 대해 취하는 태도는 내가 책을 대하는 태도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조지'와 같은 남편이 있다면 정말 행복할텐데. 이 책의 저자처럼 나도 언젠가는 서재 결혼 시키기에 직면할 것이고 그때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한 적이 있었다. 나는 유난히 책에 대해서만큼은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 필요한 것은 대부분 소장하는 편이다. (물론 소장한 것보다 더 많은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지만 말이다.)

 

작가는 자녀들에게 책을 남기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에 대해 자기와 생각이 '다름'을 분명히 강조한다. 그점에도 공감한다. 내게 아이들이 있다면 나는 책을 함께 읽고 공유하고 싶다. 굳이 강조할 생각은 없으나 책 속의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작가처럼 틀린 글자를 찾아 열정적으로 매달리는 부모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책을 읽음으로서 마음의 평안과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믿는 사람이다. 내 생일에 9킬로그램의 헌책을 선물할 수 있는 남편을 만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책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이렇게 책을 통해 만나게 되다니. 참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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