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죽은 자는 산 자의 내면에 흔적을 남기고 간다. 사람은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벗어 던진 윗도리에 체온이 남아 있는 것처럼. 머리빗 사이에 머리카락이 끼어 있는 것처럼 어딘가에 무언가가 남아 있다.

p.189

 

"그 얘기는 저도 들었지만 시이한테 직접 들은 것도 없고, 하도 소문이 많아서 믿지도 않았어요."

"그런 일에 진실이나 증거란 게 무슨 필요가 있겠어요. 소문으로 충분하죠."

p.306

 

"이자카 아저씨는요, 이 세상에는 타인이 하는 일이 전부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이 있대요."

p.373

 

 

미야베 미유키, <화차> 中

 

 

+) 이 책은 과를 청산하고 새로운 싦을 꿈꾸는 여성이 또 다른 사람이 되려는 위험한 일을 하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사람이 혼자 사는 동물이 아니니, 나를 기억하는 사람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을테고 그렇기에 마음처럼 쉽게 나를 버릴 수도, 나의 과거를 버릴 수도 없는 일이다.

 

물론 여자도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다만 과거를 버릴 수 있다고 믿고 싶었을 뿐. 과거를 버린다는 것은 내가 아닌 또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나와 관계 맺고 있는 모든 것들 사이에서 '나'의 생각이 스스로를 버리기도 살리기도 하는 법이다. 여자에게는 그 점이 필요혰는데 그녀는 그것을 선택하지 않고 새로운 삶을 선택한 것이다. 무모한 만큼 절박했으리라 생각되어 안타깝다.

 

추리소설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작품이다. 두꺼운 편이지만 읽기에 전혀 부담이 없다. 무더운 여름,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하듯 읽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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