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타나토노트 2 (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 열린책들 / 2000년 9월
평점 :
죽음 이후의 세상을 상상해본 적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죽은 다음이었는데, 이 책에서 작가는 삶과 죽음의 경계 지점을 상상한다. 작가는 살아있는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는 죽음의 세계는 어디까지이고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를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 책에는 코마 상태를 경험한 대통령에서부터, 죽음에 관한 논문을 쓰다 죽은 철학자의 아들, 사람들을 살리지 못하고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빠진 간호사 등 다양한 사람들이 나온다. 단순한 관심에서 시작한 연구가 확대되면서 국가적으로, 세계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일으킨다.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었을 때처럼 스케일이 큰 작품이라고 생각되는데, 경향은 약간 다르다. <눈먼 자들의 도시>는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면, 이 작품은 인간들이 사후 세계에 대해 얼마나 큰 과심을 갖는지를 잘 드러낸다. 아니, 현재보다 미래를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들의 태도를 비판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설명하는 부분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라서 좀 식상했지만, 그래도 그런 세계가 있다는게 밝혀질 때마다 사람들이 대응하는 태도를 풍자하는 작가의 시선은 제법 날카롭다. 왜 사람들은 현재,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생각하지 못할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타나토노트들이 천사를 만나고 나서 천국에 갈 수 있는 사람들에게 점수를 매긴다고 하자, 살아 있는 사람들이 갑자기 기부를 하고 누가 아무리 어려운 걸 부탁해도 전부 들어주는 억지 선행이 난무한다. 웃음밖에 안 나오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아마 정말 그런 상황이 온다면 세상 사람들은 충분히 그럴 것 같아서 씁쓸하다.
1부와 2부 2권이라 좀 지루하기도 했지만 한 편의 판타지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들어서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