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코스키가 간다 - 제2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
한재호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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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날 오전 9시면 문을 닫고 밖을 떠도는 남자, 부코스키가 있다. 그가 누구인지 그의 이름이 정말 부코스키가 맞는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를 따라다니게 된다. 우연히 동거하게 된 '거북이'의 적극적인 행동에 힘입어 그를 쫓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그의 이야기를 듣게 된 것 뿐이었다. 그러다가 거북이에게 부코스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게 되고 그때부터 그를 따라다닌다.

 

그런데 부코스키는 어떤 특별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비가 오는 날이면 늘 여러 장소를 돌아다닌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나'가 그를 따라다니다가 알게 된 사실이다. 부코스키는 따라다니는 '나'를 쫓고 있는 또 다른 '남자'가 있다는 점이다. 그 사실에 불쾌해진 '나'가 '남자'를 경찰에 신고하기도 한다.

 

일방적인 쫓음. 목적도 목표도 없이 그저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것이 이 소설의 마무리까지 이어진다. 청년 백수로 지내던 주인공은 부코스키를 따라다니면서 취업을 준비한다. 여전히 면접을 보러 다니고 여기저기 이력서를 들이민다. 그러나 면접을 보아도 이력서를 내도 '나'를 취직시켜 주는 회사는 없다.

 

'나'가 부코스키를 일방적으로 따라다니 듯이, '나'는 오직 취직만을 위해 아무 회사에 원서를 낸다. 이게 작가가 보여주고자 한 현실이 아닐까. 그런 '나'를 따라다니는 사람들이 있는 것. 또다른 취업 희망자의 연속이 익명성을 담보로 지속되고 있다. 틈틈히 '나'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부코스키의 이야기를 해주지만 그들은 어떤 해결책도 주지 못한다.

 

미취업자들이 주변인과 대화를 나누거나 할 때 그들이 그에게 어떤 일을 해줄 수 있을까. 그건 단순한 몇 마디와 안타까운 시선일 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부코스키를 따라다니는 '나'를 통해 취업의 문을 뚫기 위해 획일화된 모습으로 면접을 보는 '나'를 볼 수 있다. 마무리가 싱겁게 끝나서 아쉽지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이었다. 아무튼 현실은 쫓고 쫓기는 것이라는 걸 상기시켜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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