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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명왕성
권정현 지음 / 문이당 / 2009년 3월
평점 :
비극은 누구에게나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법이니까. 살다 보면 말이야........
- [굿바이! 명왕성]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더 깊은 혼란에 빠졌다. 하던 일을 모두 제쳐 두고 멍하니 앉아 생각에 잠기는 날이 늘어 갔다. 마침내 나는 내가 경험한 일들을 모두 믿지 않게 되었다.
- [달빔 달빛]
버려지는 게 싫으면 버리지 말았어야지! 그는 숨을 훅 내쉬며 원망하듯 중얼거렸다.
- [무지개가 떴다]
권졍현, <굿바이! 명왕성> 中
+) 권정현의 단편소설을 읽고 이 책을 선택한건데 대체 내가 무엇을 읽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건 슬프게도 이 작가의 작품 특징을 찾지 못해서인 것 같은데, 나의 문제인지 그의 문제인지 알 수가 없다.
이 소설집에서 유쾌하고 발랄한 말투를 구사하고 있는 작품들은 의외로 삶의 이면을 들춰낸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점이 더욱 비릿한 삶의 냄새를 풍긴다고 해야 할까.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개 무언가에 부족함을 느끼거나 공동체에서 소외당하는 사람들이다. 그 이유는 그들이 소망하는 욕구 혹은 욕망이 타인과 다른 것에서 기인된다.
내면의 결핍으로 인해 생겨난 것인지 모르겠으나, 그들의 부족함을 채워줄 존재들은 쉽사리 나타나지 않고 그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인물들이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 혼란을 대한 그들의 태도가 신기한데 당황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익숙하다. 어쩌면 그것이 그들이 살고 있는 삶의 진실이지 않을까.
욕구든 욕망이든 그들은 그것을 만족시키기 위해 길을 떠나게 된다. 길은 환상과 실제 사이에서 그들을 끌어들이고, 그들은 스스로의 혼란을 제쳐 두고 순간의 상황에 충실하기로 마음 먹는다. 이런 인물들의 태도를 보면서 나는 안개에 익숙한 자들의 시선을 느꼈다. 보이지 않는 것에 익숙한 걸음, 그것이 그들이 삶을 대응하는 방법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