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사랑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일디코 폰 퀴르티 지음, 김현정 옮김 / 해토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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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이 다시 잠이 들면, 마치 탈옥을 꿈꾸는 수감자처럼 계획을 세운다. 이렇게 밤마다 어린아이처럼 무모하게 탈출을 결심한다. 이것은 욕망이 아니라, 욕망을 향한 동경인 것이다. 이제 당신은 가방을 싼다."

p.69

 

 가만히 생각해보니, 오늘 하루는 그다지 실망스러운 날은 아니었다. 왜일까? 초콜릿을 먹지 않고 남겨둔 느낌이라고 할까? 포기하는 순간에는 마음이 몹시 무겁겠지만, 다음날 아침 일어나 꿋꿋한 자기 모습을 보면 무한히 기쁘고 자랑스러운 법이다.

p.117

 

 일단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한 다음 그에게로 가서 진저리칠 정도로 귀찮게 하는 거야. 그런 다음에는 그 주제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입 밖에 내지 않는 거지.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한동안 말하지 말고 꼭 견뎌내야 해. 그러면 언젠가 그가 네가 원하는 것을 들고 나타날 거야. 남자들은 누군가가 자신이 무엇을 하게끔 몰아붙이는 것을 싫어해. 먼저 이야기를 꺼내고,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남자들에게 주어야 하는 거지.

p.135

 

 "새 빗자루는 빗질이 잘 돼. 하지만 헌 빗자루는 집안 구석구석을 잘 알아.........."

p.269

 

 

일디코 폰 퀴르티, <여자는 사랑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中

 

 

 

+) 서른 한 살의 여주인공 '애나벨'은 4년동안 연애해온 남자친구 '벤'과의 관계에서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아니, 그것은 익숙함에 대한 지루함이라기 보다, 새로운 것을 향한 열망이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 처음의 설렘이 간절한 애나벨은 서른 한번째 생일을 함께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빌미로 벤을 떠나 잠시 여행을 오게 되고, 그곳에서 '로빈'을 만난다. 로빈과의 만남은 처음부터 설렘과 두근거림, 그리고 기대감이 교차했다. 그러나 하필이면 그곳에서 벤을 좋아한다고 생각한 '소냐'를 만날게 무어람?

 

소냐와의 만남을 통해 애나벨은 자신의 남자친구인 벤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4년간 연애한 연인으로의 시선이 아니라, 벤이라는 한 남자를 바라보는 여자들의 시선을 통해 '내 남자친구가 그런 매력이 있던가?' 혹은 '내 남자친구를 저렇게 취급하다니!"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분명 무언가 근원을 알 수 없는 지루하도록 익숙한 그 감정 때문에 벤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무언가는 새로운만큼 막막한 선택이 된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그런 익숙함에서 오는 지루함을 경험하고 사는게 아닐까. 이를테면 일상의 반복같은 것이 그와 같다. 오늘과 내일이 별 다른 것이 없다면,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생기는 법이다. 그것은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별다른 사람이 없듯이, 처음은 늘 퇴색하는 것이고, 새로움은 곧 익숙해지는 법이다. 그 익숙함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찾기 위해, 처음의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오히려 낫지 않을까.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듯이 즐겁게 책을 읽었는데, 여자 입장에서 매우 공감이 가는 소설이다. 더불어 남자의 심리와 여자의 심리가 이렇게 다르듯이, 혼자만의 생각이나 틀에 갖혀 오해를 만드는 것보다 예의를 지키는 솔직한 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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