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외인종 잔혹사 - 제14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주원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뉴스를 볼 때마다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들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열외인종 잔혹사>의 제목만으로도 어느정도 짐작했으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현실에서 '열외인종'이란 생각보다 많아서 어느 쪽이 진짜 '열외'인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소설의 시작은 등장인물 각각의 시점에서 번갈아가며 서술되고 있다. 상상속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실제 코엑스몰에서 벌어졌고, 그 끔직한 사건을 경험한 인물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증거'가 없는 현실 앞에 '사실'을 '거짓'으로 믿어야만 한다. 거짓이 아님에도 사실임을 증명하지 못하여 거짓이 되는 사건, 어쩌면 그건 코엑스몰을 빠져나와 한 걸음만 걸어도 볼 수 있는 지금의 현실이 아닐까.

 

이 소설은 철저하게 현실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이 작품에는 자본주의의 폐해로 철저하게 소외되는 사람들(노숙자-김중혁)과 불안정한 가정에서 자라면서 반항과 퇴락에 빠진 채 꿈을 상실한 학생(기무, 돌순), 아직도 애국과 열정으로 들끓는 마음을 가진 70세의 노인(장영달), 외국계 회사에서 정직원이 되기 위해 건강보조식품을 판매하는 여자(윤마리아) 등이 등장한다. 곰곰히 보면 이들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소외된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무엇에 소외 당했는가. 가기 나름의 것이 있겠으나 아울러 말하자면 지금의 사회가, 현실이, 그리고 사람이 그들을 외면했다. 고로 그들이 겪은 양머리들의 반란 음모는 자신도 모르게 분출된 분노는 아니었을까. 그들이 직접 겪으면서 당사자가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되는 모순된 상황이지만, 그로인해 더욱 철저하게 그들의 고립을 드러낼 수 있다. 그 엄청난 일이 벌어졌음에도, 보라. 그들의 말을 믿는 사람은 여전히 없고, 오히려 그들은 더욱 외면당한다.

 

이 소설은 제법 흥미롭다. 마치 게임을 하듯, 만화 영화를 보듯, 그려진다. 하지만 약간의 아쉬움도 있다. 작품의 말미에 너무나 싱겁게 모든일이 마무리되고, 그 다음 또 아무렇지 않게 시간이 지난 뒤의 모습으로 이어지는 것은 구성적인 면에서 치밀하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현재 뉴스꺼리가 될 수 있는 문제들을 통들어 인물을 통해 조목조목 제시하는 모습은 이 책이 시사하는 좋은 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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