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카타야마 쿄이치 지음, 안중식 옮김 / 지식여행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자신만 맛있는 걸 먹을 수 있으면 돼. 자신만 갖고 싶은 것을 살 수 있으면 돼. 하지만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자신보다도 상대방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만약 먹을 것이 조금 밖에 없으면 나는 내 몫을 아키에게 주고 싶어. 가진 돈이 적다면 나보다 아키가 원하는 것을 사고 싶어. 아키가 맛있다고 생각하면 내 배가 부르고, 아키한테 기쁜 일은 나의 기쁜 일이야. 그게 사람을 좋아한다는 거야. 그 이상 소중한 것이 달리 뭐가 있다고 생각해? 나는 떠오르지 않아. 자신의 안에서 사람을 좋아하는 능력을 발견한 인간은 노벨상을 받은 어떤 발견보다도 소중한 발견을 했다고 생각해. 그걸 깨닫지 않으면, 깨달으려고 하지 않으면 인류는 멸망하는 편이 나아. 혹성에든 뭐든 충돌해서 빨리 사라져버리는 편이 낫다고."

pp.82~83

 

 "아키의 생일은 12월 17일이잖아."

 "사쿠짱 생일은 12월 24일이고."

 "그렇다면,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고 나서 아키가 없었던 적은 지금까지 단 1초도 없었어."

 "그렇게 되나?"

 " 내가 태어난 이후의 세계는 전부 아키가 있는 세계였던 거야."

p.174

 

"생각한다는 것은 본래 그런 것이다. 사람들은 종종 어떤 일에 대해 이젠 완전해졌다, 하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완전해지는 경우가 별로 없다고 알아두는 편이 좋아. 완전하다고 생각하고 있어도, 좀 지나면 불완전하다는 기분이 다시 들기 시작하지. 불완전한 부분은 다시 생각하면 돼. 그러는 동안 조금식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에 실감이 따르게 된단다. 그런 거야."

p.205

 

 

카타야마 쿄이치,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中

 

 

+)  '아키'와 '사쿠짱'의 인연은 유년시절부터 시작된다. 처음에 그들이 학급 위원으로 만나면서부터 조금씩 가까워지는데, 유년기의 소년 소녀이므로 서로 교감하는 부분을 가볍게 여겼다. 그러다가 학년이 올라가고 같이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서로에 대한 관심이 호감으로 바뀌게 된다.

 

사쿠짱은 자신의 할아버지가 평생동안 마음에 간직한 인연이 한 줌 흙이 된 것을 알고, 할아버지의 소원을 들어 드리기 위해 무덤을 파헤치게 된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사랑한 여인의 흔적을 할아버지가 원하는 곳에 뿌려주기를 약속한다. 이 부분은 이 책의 복선이라고 해야 할까.

 

백혈병에 걸린 아키를 지켜보는 사쿠짱의 안타까움이 가슴 깊이 전해져온다.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 하지 않는 삶, 그가 부재한 시공간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상상하지 못한 그는 아키가 사라진 현실에서 철저하게 고립된다. 스스로를 닫아버린 사쿠짱의 내면이 슬프게 전달되는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