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이문재, <제국호텔> 中 +) <마음의 오지>에서 '농업박물관' 시편들을 읽었을 때, 나는 시인이 옛것을 간절히 그리워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그건 새로운 문물에 대한 비판보다 사라져가는 전통과 인간애에 대한 시인의 안타까움이 더 잘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시집에서는 그와 달리 급속도로 무자비하게 퍼져나가는 인터넷 문화와 도시 문명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것이 뚜렷이 보인다. '농담' 으로 시작하는 이번 시집은 시인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작품들([소금창고], [격포에서], [신새벽에 나를 놓다] 등)과 제국으로 그려지는 거대한 문물과 이기적인 인간을 그린 작품들로 구성된다. ([제국호텔] 연작 등) 시인이 생각하는 미래는 '@'로 이루어진 '제국'이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작가는 '원주민'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그것은 곧 본래부터 그곳에 거주하였음을 의미하고 따라서 제국도 그들이 만든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원주민들은 그들만의 공간에 비밀번호를 만들어서 그것이 곧 보편적인 삶의 법칙이자 개성의 표현으로 생각한다. "원주민들은 너도나도 비밀번호를 만들었다 / 저들은 자신의 비밀번호에 갇힐 것이다 / 디지털 정책은 완벽 완전하다 / @에 불이 들어와 있다"([제국호텔 - 비밀번호]) 이렇게 꼭꼭 스스로를 가둬버리는 원주민들은 제국이란 공간에 갇힐 것이고, 그러므로 "제국은 영원할 것이다"([제국호텔 - 인도에서 소녀가 오다]) 시인은 과감히 미래를 그리면서 우리에게 무섭게 경고하고 있다. 이런 제국은 조급하고 이기적인 인간들에 의해 유지된다. "스물다섯 이후 나는 늘 과적이고 과속이었다 과잉이었다 가끔 펑크가 나기도 했다 재생 타이어를 쓰기도 했다 마음은 늘 목적지에 가 있었다"([내 뒷모습이 보인다]) 그렇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화자처럼 스스로의 삶을 반성하며 옳은 길을 걷기를 바라는 자세로 사는 사람도 있다. "우지끈! / 제가 인 눈을 못 이긴 / 낙락장송 한 채 / 무너진다 // 그때 나는 / 나에게 자극해야 했다"([2월]) 마지막까지 그런 사람들이 많이 남을수록 미래는 더 자연에 가깝지 않을까. 제국이 무너지면 사람들은 자유를 얻을 것이다. 시인이 바라는 것은 그게 아닐까. 아무튼 시인의 날 선 목소리가 가슴까지 와 닿은 시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