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요컨대 역사는 규제자들의 편이다. 오늘날의 부자 나라들 대부분은 자국이 투자를 받는 입장이었을 때는 외국인 투자를 규제했다. 그 규제의 정도가 매우 가혹한 경우도 있었는데, 핀란드, 일본, 한국 그리고 (특정 부문에서의) 미국이 그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p.151

 

물가 상승은 우선 사람들이 힘들게 번 수입을 부당하게 강탈해 가는, 일종의 보이지 않는 세금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통화주의자였던 밀턴 프리드먼은 “물가 상승은 입법 과정을 거치지 않고 부과할 수 있는 유일한 세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물가상승을 통한 세금’의 부당성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분배의 불공정‘은 문제의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

p.208

 

그러나 우리에게 참된 희망을 주는 것은, 나쁜 사마리아인들 가운데 대다수가 탐욕스럽지도 않고 편협하지도 않다는 사실이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쁜 일을 할 때는, 그 일로 엄청난 물질적 이득을 얻는다거나, 그 일에 대해 강한 확신이 있어서가 아니다. 다만 그것이 가장 쉬운 길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경우가 많다.

p.334

 

장하준, <나쁜 사마리아인들> 中

 

 

+) 국방부 지정 불온서적 리스트에 오른 책 중의 하나가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다. 국방부가 이 책을 불온 서적으로 정한 것에 대해 또 한번 웃어버렸는데(하긴, 그 불온서적이라는 개념 자체가 우습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몇몇의 윗분들로 인해 별의별 리스트가 다 만들어지는 것 같아서 씁쓸하게 웃었다. 도대체 그들이 금하는 것이 무엇인가.

 

장하준 교수에 따르면 세계 경제는 나쁜 사마리아인들(강대국, 그의 언급대로라면 부자 나라가 되겠다.)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들이 만든 규칙과 전략 속에서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되지 못한 사람들이(개발도상국) 틀에 맞춰 따라가고 있는 셈이다. 신자유주의가 반드시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장교수의 생각이다.

 

이 책이 쉽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좀 생각이 다르다. 이 책은 개념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니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학문적 글, 소위 말하는 논문로 글을 써온 교수가 아니겠는가. 아무리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학술적 에세이 형식으로 바꾸었다고 해도 천천히 곱씹어 읽어야 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지루한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우리에게 생각할 꺼리를 제공하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세계가 맞물려 돌아가는 상황에서 이런 책을 읽으며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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