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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1년 6월
평점 :
류요섭이 두 손을 모으고 스스로 성경 구절을 암송했다.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할 때가 있고 평화할 때가 있느니라. 일하는 자가 그 수고로 말미암아 무슨 이익이 있으랴. 하나님이 인생들에게 노고를 주사 애쓰게 하신 것을 내가 보았노라.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에게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 그러나 하나님의 하시는 일의 시종을 사람으로 측량할 수 없게 하셨도다."
p.251
황석영, <손님> 中
+) <손님>은 2000년 10월부터 2001년 3월까지 한국일보에 연재된 소설을 수정하여 단행본으로 출간한 책이다. 이 책은 '황해도 진지노귀굿' 열두 마당을 기본 얼개로 하여 씌어졌다고 한다. 작가가 베를린에 체류하던 시절 베를린 장벽 붕괴를 목격하면서 부터 구상한 소설이다.
지은이는 1950년 황해도 신천 대학살사건을 배경으로 이땅에 들어와 엄청난 민중의 희생을 강요하고 씻을 수 없는 상흔을 남긴 이데올로기(기독교와 맑스주의)와 그 소용돌이에 휩쓸렸던 인간군상들의 원한과 해원(解怨)을 그렸다. 제목이 뜻하는 손님이란 천연두를 뜻하는 민속적 별명이기도 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주체가 되지 못하는 존재로서의 의미를 뜻하기도 한다.
즉, 지은이가 말하고자 하는 손님의 의미는 바로 이러한 '손님 귀신'으로서, 소설에서의 손님은 식민지와 분단을 거쳐오는 동안에 타의에 의해 지니게 되었다고 판단되는 기독교와 맑스주의를 상징한다. 글로 보여주기를 좋아하는 작가답게 읽는내내 그의 시선을 따라가느라 꽤 힘들었다. 일단 사투리를 차분히 읽는 것이 좀 어려웠고 상황을 짐작하느라 시간이 걸렸다. 바리데기와 비슷한 느낌인데 이 책은 훨씬 무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