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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용 (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그는 아버지에게 물었다. "고통은 왜 존재하는 거죠?"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란다. 불에서 손을 떼게 하려면 고통이라는 자극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희귀병 중에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병이 있단다.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상처를 느끼지 못하는 거지. 뜨거운 불판에 손을 올려놓고 있어도 아무렇지 않다가 살이 타는 냄새를 맡고 나서야 비로소 깜짝 놀라는 거야. 이 '무(無) 고통'이라는 병에 걸린 사람들은 대부분 오래 살지 못하지."
고통을 느끼지 못하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
pp.64~65
현명하다는 것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의식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언제나 무기력한 합의 속에 갇혀 있는 다수의 뜻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p.116
"그런데 왜 항상 거짓말쟁이들과 못난 놈들이 승리를 하게 되지? 왜 항상 최악의 인간들이 법을 만들게 되는 거야?"
"사람들에게는 노예 기질이 있으니까. 사람들은 자유를 요구하면서도 정말로 자유가 주어질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어. 반대로 권위와 폭력 앞에서는 안도감을 느끼지." 엘리자베트가 말했다.
"바보 같은 짓이야."
"그게 바로 인간이 지닌 역설이야. 더군다나 사람을 세뇌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공포라고."
p.234
베르나르 베르베르, <파피용> 中
+)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을 처음으로 접했던 것은 <나무>였다. 그때가 아직도 기억나는데 요즘처럼 전철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나무>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를 느꼈는데 인간에 대한 상상력과 논리 자체가 나를 놀라게 만들었다. 이런 생각과 독특한 상상도 할 수 있구나 싶어서 전철에서 오래도록 책을 읽다가 결국 내릴 역을 지나치고 말았다. 그래도 그날은 기분이 좋았는데 반가운 작가를 만나서였다.
그리고 꽤 오랜만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을 손에 쥐었다. 그때를 떠올리며 책을 읽었는데 두꺼운 책이었지만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한 편의 영화처럼 쉽게 읽혔는데 그건 그리 어렵지 않은 내용과 기발한 상상으로 다음, 또 다음이 궁금하게 호기심을 유발했기 때문이다. 예전에도 느꼈지만 이 작가는 상상을 즐겁게 만든다. 상상하는 것 자체가 상상에서 그치지 않고 결국 어떻게든 인간과 자연과 우주를 하나의 연결 고리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현실을 벗어나지 않는 상상, 그것은 참으로 매력적인 발상이다.
파피용의 의미가 '나비'라고 한다. 그의 말대로 탈바꿈을 원하면 언제든지 가능하다. 노력하고 또 노력함으로써 변화할 수 있다. 이 책은 인류의 시작과 끝, 그리고 시작을 담고 있다. 위험하고 놀라운 발상이나 인간이라는 종 자체의 욕망과 어리석음 그리고 지혜를 동시에 담고 있다. 변화와 일탈을 꿈꾸는 인간들이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것은 결국 어디인가. 시작과 끝은 둥근 원의 테두리를 이은 선처럼 결국에는 닿게 되어 있다.
놀랍게도 나는 그와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처럼 인간이 충분히 그럴 수 있음에 대해 공감한다. 기발한 상상의 세계에 빠져들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