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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젊거나 나이먹거나 세월은 똑같이 소중한 거랍니다. 젊은 날을 잘 보내세요. 평범하고 지당한 말씀이었는데 그 말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p.17
너 준이 가끔 만나니?
응, 몇 번....... 근데 걔는 정신이 딴 데 팔려 있는 것 같아.
그게 누군데?
몰라....... 아마 자기 자신이 아닐까?
p.213
대위는 늘 말했다.
사람은 씨팔...... 누구든지 오늘을 사는 거야.
p.257
물론 삶에는 실망과 환멸이 더 많을수도 있지만, 하고픈 일을 신나게 해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태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때려치운다고 해서 너를 비난하는 어른들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거다. 그들은 네가 다른 어떤 일을 더 잘하게 될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 작가의 말
황석영, <개밥바라기별> 中
+) 이 소설은 황석영 본인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한다.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초반까지 그의 방황기를 다룬 작품인데, 읽으면서 참 용감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주어진 길에서 벗어나 잘 보이지도 않는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란 그 나이 때에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이 선택한 것을 따라 갔던 그의 태도를 보면서 정말 맹목적으로 '그 용기가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평생 그를 기다리기만 했을 그의 어머니를 떠올리면 가슴이 아프다. 가족을 갖고 있다면 누구다 그럴테지만, 자신의 가족이 아프지 않는 선택을 하는 것이 우선일텐데. 그는 달랐다. 어머니에게 죄송하고 동생에게 미안했지만 '준'은 자신의 뜻을 쉽게 굽히지 않았다. 어머니는 아들을 믿었다. 아들의 선택을 존중했고, 아들을 붙잡아 두려 하지 않았다. 그런 어머니가 있었기에 지금의 그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건 혹독한 청소년기를 보낸 인물과 삶의 목적을 찾아 방황하는 청년기의 삶을 꿰뚫고 있는 소설이다. 학교를 떠나고 무전 여행을 떠나고 일거리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그는 한 곳에 안주하지 못하고 끝없이 삶의 목적을 찾는다. 살 이유가 없기에 자살을 꿈꾸기도 하는 사람이다. 그의 삶이 사춘기의 혼란과 방황이었다고 치자면, 그것은 꼭 그 나이 때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삶을 살면서 사춘기는 언제라도 온다. 요즘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제2의 사춘기가 온 것 같다고 중얼거린다. 내 안의 '준'을 발견할 때마다 나 역시 떠나고 싶어진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어떤 부분에서는 이미 떠난 것도 같고, 떠날 것을 결심하는 것도 같다. '준'과 나는 꽤 닮았다.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작가의 말대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따라가는 것은 오늘을 행복하고 잘 살기 위한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 두려워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