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알랭 드 보통 지음, 지주형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의 가치는 우리 자신의 삶에서 볼 수 있는 것들과 비슷한 정서와 사람들을 표현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것의 가치는 그것들을 우리가 묘사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빼어나게 묘사할 수 있는 능력, 즉 우리가 명확히 서술할 수는 없었으나 우리 자신의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느낌들을 지적해 주는 능력에도 있다.

pp.40~41

 

너무 빨리 하지 않으면 생기는 이점은, 그러는 도중에 세상이 더 재미있어진다는 것이다.

p.63

 

물론 고통 없이도 우리의 정신을 사용할 수 있지만, 프루스트가 제시하는 것은 고통스러울 때에만 철저한 탐구심이 생길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앓는다, 고로 생각한다. 그리고 고통을 더 큰 맥락 속에 위치시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우리는 생각한다. 생각은 고통의 기원을 이해하고. 그것의 여러 특성들을 포착하고, 그 존재를 체념하고 인정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p.92

 

불행이 끈덕지게 재발한다는 사실의 의미는, 불행에 대해 실현가능한 대책을 개발하는 것이 행복에 대한 어떠한 유토피아적 탐구보다도 분명히 가치 있다는 것이다.

p.99

 

책에는 거짓 상냥함이 없다. 우리가 이 친구들과 저녁을 함께 보낸다면 그것은 우리가 진실로 그러고 싶기 때문이다.

p.173

 

 

알랭 드 보통,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中

 

 

+) 알랭 드 보통에 의해 프루스트는 되살아났다. 프루스트에 대한 학자들의 평가가 어떤 것이든 간에, 또 한 사람에 의해서 그의 삶과 작품과 사람이 화두가 된 것은 행복한 일이 아닐까. 프루스트의 입장에 서 알랭 드 보통의 기특한 생각에 감탄했으리라 생각된다.

 

아홉개의 part로 정리된 이 책은 '~법'에 대한 이야기다. 예를 들어 '현재의 삶을 사랑하는 법'이나 '훌륭하게 고통을 견디는 법'이 그것이다. 그렇다고 그것들을 가르쳐주려는 교훈서라고 하기에는 미흡하다. 그저 프루스트의 생애와 글을 통해 깨달은 점을 적어 둔 것 뿐이다. 하지만 그것들은 읽는이에게 새로운 지혜를 전달하고, 신선한 충격을 준다. 생각에 근거는 프루스트의 삶이나 글에서 예시된다.

 

프루스트가 누구인지 몰라도 좋다. 한 사람의 작가를 통해, 그의 책을 통해 나열한 생각을 읽어보면 나도 그 한 사람과 같다는 기분이 든다. 그 어떤 잠언집보다 괜찮은 책이다.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읽을 때면 늘 하는 생각인데, 어떻게 하면 이렇게 지적이고도 아름다운 문체를 사용할 수 있을까 감탄한다. 내가 알랭 드 보통이라는 작가에게서 가장 배우고 싶은 점 중의 하나가 그것이다.

 

깊이 있는 만큼 강동적인 글. 현학적이기만 한 글은 무겁고 흥미롭지 않다. 손쉽게 쓰여진 글은 너무 쉬운만큼 이해하는 기다림의 시간이 없어서 아쉽다. 그런데 알랭 드 보통의 문체는 딱 그 중간, 적절히 섞인 현학적이고도 가슴을 탁 치는 글이다. 꼭 한 번 이런 문체로 글을 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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