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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조각들 - 타블로 소설집
타블로 지음 / 달 / 2008년 10월
평점 :
휴식이 필요해.
잘나빠진 친구란 것들의 목소리.
- 피터 너는 휴식이 필요하다고. 가고 싶은 곳으로 떠나.
그는 럼주를 다시 서랍 안에 숨기고. 입속에다 민트사탕 몇 알을 넣고는, 어디로 가고 싶은지. 과연 그런 곳이 존재하긴 하는지. 그저 일어나서 훌쩍 떠나버리는게 가능한 일인지 슬쩍 생각해 보았다. 머릿속에는 희미한 구름이 형태를 취하기 시작했다.
그때 종소리가, 총구에서 발사된 총알처럼, 교실안으로 왁자지껄한 목소리들을 불러들였고. 동시에 피터의 관심을 꿰뚫었다.
-[휴식]
예전에 한 동료가 이렇게 말했다. "캐스팅은 다른 누군가를 위해 쇼핑하는 거야. 대리 쇼핑. 예를 들면 어머니를 위해 요리 재료를 사는 것과 같지. 근데, 가장 좋고 비싼 재료를 찾아서 샀는데, 제기랄. 결국 어머니는 그걸로 늘 똑같은, 그것도 아주 엿같은 요리를 만들어 버려." 마크는 그 말을 아주 단순하게 받아들였다. 제작이 시작되면 여배우가 더이상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
-[쥐]
"내가 보기엔 겁쟁이란, 정직한 방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야. 말하자면, 남을 괴롭히는 것도 결국은 불합리한 폭력으로 다른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을 받고 싶은 욕구에서 발현된 반쪽짜리 행동이지."
-[최후의 일격]
타블로, <당신의 조각들> 中
+) 아이에게 물었더니 타블로의 책을 읽고 싶다고 했다. 아이는 타블로의 이력을 꿰고 있었는데, 솔직히 아이의 입에서 그 말을 듣기 전까지는 편견을 갖고 그의 소설집을 바라 보았다. 아이에게 선물하기 위해 책을 샀고. 궁금해서 슬쩍 들쳐 보았다.
산문집 혹은 에세이일꺼라 생각했던 내 편견과는 달리 그의 소설집에는 소설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쥐]를 읽었을 때는 서술자도, 인물들의 심리도 가슴으로 전해졌다. 현재 우리가 읽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소설과는 다르지만, 잔잔하게 흐르고 있는 작가의 호흡이 잘 전해지는 책이다.
그런데 과연 학생들이 이 책을 읽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게 궁금하다. 그들을 무시하는게 아니라 그들의 감수성에 호기심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 시기를 거쳐온 나지만, 그 시기의 나를 떠올리는 것이 참 어렵다.
어찌되었든 작가 개인의 기록이 바탕이 된 소설이라면 정체성을 찾아가는 소년의 목소리가 성장하면서 더 굵직굵직해진다는 생각이다. 편견을 버리고 소설을 읽으면 섬세한 감성의 손길이 느껴진다. 가벼운 필치나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작가의 지나온 과정에 따뜻한 포옹을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