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정원 시작시인선 95
김백겸 지음 / 천년의시작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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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물고기'
 
바다는 이상한 생각을 하는 물고기를 부화시킨다
물고기들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심해 숲에서 태어난다
물고기의 살은 투명해서 등뼈를 이룬 푸른 어둠이 보이고
물고기의 지느러미는 사자의 갈기처럼 빛이 나는 모습이다
 
어느 책에서도
어느 어부의 경험에서도
물고기의 기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물고기의 신비와 이상한 생각을 본 사람들은
그 날로부터 거역할 수 없는 매력에 끌려 바닷가를 산책한다
인생의 목표란 이상한 물고기를 보고
물고기의 생각을 수혈 받는 일이라고 믿는 호사가처럼
 
물고기는 먹이와 번식에 미친 물고기 떼 속에는 살지 않는다
물고기를 경매하는 사업가의 분주한 눈길에도 걸리지 않는다
빛의 연기로 혼미해진 정신에게만 가끔씩 환상을 보여준다
물고기들과 생각의 고향은 시간의 어두운 바다라는 사실을
보여주려는 듯이
 
심해 어둠에서 스스로 빛을 내는 이상한 물고기는
천 년 만에 한번씩 부상하는 바다의 아들이라는 소문이 있다
바다에는 가끔 이상한 소문이 태풍처럼 불어나고
생각의 파도는 길길이 날뛰며
혼이 나간 사람들에게 깊고 푸른 절벽을 보여준다
 
김백겸, <비밀정원> 중
 
 
+) 문명의 발달 단계의 어느 지점에 한 사람이 서 있다. 그의 시선을 빌려 시인은 자본주의를 비판하며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사회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편으로는 기계화된 사회의 흐름을 인정하면서도 문화와 문명의 획일화된 변화와 비인간화된 면모에 대해서는 따끔하게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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