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지음, 양윤옥 옮김, 원성희 그림 / 좋은생각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나도 중학교 때 장난이라면 꽤 쳐본 사람이다. 그러나 "누가 이랬어?" 했을 때 내가 안 했다고 잡아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한 건 한 것이고 안 한 건 안 한 것이다. 나란 놈은 장난을 쳤어도 거리낄 게 없다. 거짓말을 해서 벌을 피할 생각이라면 처음부터 장난을 하지 말 일이다. 장난과 벌은 붙어다니는 것이다. 벌이 있으니까 장난 칠 마음도 생기는 거지. 장난은 실컷 쳐놓고 벌은 안받으려고 피하다니 도대체 어디서 배워먹은 버릇인가. 돈은 빌리면서 갚아야 될 땐 오리발 내미는 비열한 놈들은 모두 이런 녀석들이 어릴 적 버릇 못 버리고 자라서 하는 짓거리다.
p.58
 
"물론 나쁜 짓을 안 하면 되지만 자기가 나쁜 짓을 하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의 나쁜 점을 알아채지 못한다면 큰코다칠 수 있다는 말입니다."
p.80
 
 참, 이 세상은 정말 이상한 사람투성이다. 서로 속고 속이면서 그렇게 돌아가는 세상인가 보다. 신물이 난다.
 세상이 이러니 지지 않겠다고 각오하고서 세상 돌아가는 데 맞추지 않으면 못 견뎌낼 모양이다. 치기꾼을 등쳐먹고 하루를 살아갈 수밖에 없다면 사는 것도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하지만 젊은 놈이 목이라도 맨다면 죽은 사람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게다가 세상에 창피스러운 일이다.
p.103
 
세상을 살면서 괴롭다고 느낄 땐 그 괴로움을 주는 원인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의식의 내용에 변화를 주지 않을 정도의 괴로움은 없다. 산다는 건 활동하고 있다는 말일진대, 살아 있으면서 활동을 억압당하는 것은 살아 있다는 의미를 잃는 것으로 그 상실을 자각하는 일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없다.
ㅡ [런던탑] p.256
 
 
나쓰메 소세키, <도련님> 中
 
 
+) 양귀자의 소설 [원미동 시인]에 등장하던 어린 꼬마 소녀를 기억하는가.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에 등장하는 옥희 또한 기억하는가. 왜 나는 [도련님]을 읽고 그들을 떠올렸을까. 작중 화자인 '나'(도련님)의 어린 시절 회상으로 그랬을 수도 있으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성인이 된 뒤 선생님으로 살아가는 도련님의 모습에서 그들의 그림자를 보았다.
 
그의 솔직함이, 때로는 무지하다 싶을 정도로 밀어부치는 순진함이 그들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성인이 저렇게 단순하게 행동할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어린 소년이 성인이 되는 정신적인 성숙의 과정을 재미있게 그린 작품이다. 읽으면서 누가 선생님이고, 누가 학생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화자의 목소리가 웃음을 자아낸다. 단순하고 솔직하게 사는 것이 오히려 스스로를 편안하게 해주는 것은 아닐까.
 
도련님을 친손자처럼 보살피는 '기요'. 화자는 기요의 소중함을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깨닫게 된다.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야 하는 입장에 서서야 자신을 아껴준 인물을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어린 아이처럼 아직은 어른스럽지 못한 도련님의 태도는 청소년기를 거쳐 사회에 진입하게 되는 앳된 인물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도련님의 깨달음이 세상과 사회에 들어서는 체험으로 형상화된다.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사회 생활과 인간 관계를 겪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가끔씩 어린아이같은 솔직함을 갖고 있는 도련님이 부럽지는 않을까 싶었다. 그의 말대로 솔직한 사람이기에 비겁한 것을 모르는 삶의 태도를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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