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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평점 :
오십년 후에는 인간이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누가 그러디?" 엄마는 시계를 보더니 말했다. "낙천주의자야." "그럼, 엄마한테는 나쁜 소식이네요. 인간들은 그럴 힘만 생기면 그때부터 바로 서로를 파괴할 테니까요." "어째서 아름다운 노래가 널 슬프게 하니?" "진실이 아니니까요." "정말?" "아름다우면서 진실한 것은 이 세상에 없어요." 엄마는 미소를 지었지만 기쁠 때 웃는 웃음은 아니었다. "넌 꼭 아빠 같은 소리를 하는구나."
p.69
그녀는 지금 집에서 자서전을 쓰고 있단다, 내가 집을 비우고 없을 동안 타자기를 두드리고 있지, 다음 장에 무슨 내용이 올지도 모르고, 그것은 나의 제안이었어. 그때는 아주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그녀가 더 이상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고 자기 삶을 돌이켜볼 수 있게 된다면, 그래서 마음의 짐을 덜 방법을 찾는다면, 분명 더 나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녀는 생기를 얻거나, 관심을 갖거나, 주의를 쏟을 만한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이, 삶 자체보다는 무를 위해 살았단다,
p.166
불과 이틀 전에 그녀는 자서전을 쓰는 속도가 자기 삶이 진행되는 속도를 앞섰다고 말했어, "무슨 말이오?" 내가 손으로 물었어, "그러니까 새로 일어나는 일이 거의 없어요." 그녀가 말했어, "쓰고 말고 할 것도 없이 기억하면 되지요." "가게에 대해서 쓰면 되잖소?" "상자 속의 다이아몬드를 하나하나 다 묘사했어요." "다른 사람들에 대해 써도 좋을 테고." "내 자서전은 내가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전부의 이야기에요." "당신의 감정에 대해 쓰구려." 그녀가 물었어, "나의 삶과 나의 감정들은 같은 것이 아닌가요?"
p.181
조너선 사프란 포어,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中
+) 이 소설은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 사건의 중심에 오스카가 있다. 오스카는 테러로 아빠를 잃은 아홉 살의 소년이다. 아빠를 잃은 충격은 오스카의 삶에 파장을 일으키는데 소년은 인간의 폭력성과 전쟁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것은 오스카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삶에서부터 시작된다. 인간의 폭력성으로 인해 벌어지는 전쟁과 그로 인한 상처들이 오스카에게까지 내려오는 과정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순행적 구성이 아니기에 집중해서 읽어야 한다. 오스카의 가족들은 서로 하고 싶은 말을 전하지 못하고 부치지 못한 편지를 남긴다. 그것은 그들 사이의 소통의 부재를 드러내는 소재이다. 누가 그랬을까. 역사는 반복된다고. 인간의 삶에서 사라지지 않는 비극적인 폭력이 이 소설의 획을 긋는다.
오스카의 기발한 상상력은 우습기도 하지만 때로 안타까울 정도로 희망에 끝을 놓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소설을 읽는 내내 오스카에 대한 연민으로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끝내 희망을 버리지 않는 그의 태도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스스로 너무 많이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아이, 오스카만큼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곳곳에서 가슴 저리게 애절한 장면을 발견할 수 있는 소설이다. 그것들을 놓치지 않고 보는 재미를 찾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