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랜드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집에 간다'는 말은 어딘지 모르게 계집애 같고, 달콤씁쓸하고, 그리고 한심하다. 저것 봐라, 평소에 친구들 앞에서 갖은 허세를 부리던 녀석들이 엄마 무릎에 매달려 응석을 부리려고 부지런히 돌아들 간다. 뭐라 말할 수 없는 짜증스러움이 불끈불끈 치솟는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그 말이 왠지 모르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림책을 읽든, 만화영화를 보든, 늘 마지막 장면에서 맥이 빠졌다. 적을 물리치고 보물을 손에 넣어 개가를 올린다. 거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마지막에는 모두들 집으로 돌아간다. 쳇, 이 녀석도 마찬가지냐. 이 녀석은 그래도 기대를 걸었건만, 어째서 어슬렁어슬렁 돌아가는 건데? 어째서 바로 그 다음 모험을 향해 떠나지 않는데? 영웅은 모름지기 귀향 같은 건 하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의 환성과 부인의 눈물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개선장군은 영예라는 주문에 걸려 그때부터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된다.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고? 그런 타락이 또 있을까.
pp.7~8
 
"어젯밤에 네 이야기를 듣고 알았어. 너한테는 너를 향하는 사랑의 시선이 공포하고 종이 한 장 차이겠구나 하고."
p.147
 
"응, 하지만 아까 변호사도 미쓰히로를 정면에서 대등하게 대했잖아? 진지하게, 정직하게 이야기했잖아? 그건 역시 미쓰히로라서 그런 거야. 그 녀석이 확실하고 똑똑한 녀석인 걸 아니까. 그야 하나같이 구역질이 날 만큼 지독한 놈들이긴 해. 하지만 다들 미쓰히로를 대할 때는 그냥 남자고, 여자야. 기만이 없어. 자살한 아버지도, 죽은 여자도, 다들 미쓰히로한테 어리광 부리는 거야. 다들 미쓰히로는 강하고 마음씨도 착하니까 받아줄 거라고 믿고 어리광을 부리는 거야. 우리도 그렇잖아."
p.271
 
온다 리쿠, <네버랜드> 中
 
 
+) 이 소설은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네 명의 소년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소년마다 각각 비밀이 하나쯤은 있는데 그것은 유년시절의 상처이거나 현재 지속되는 아픔이다. 처음에는 각자의 비밀로 숨겨두고 있다가 한 사람씩 비밀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서로의 상처를 알게되고 그것이 개인적인 성숙으로 이어지는 작품이다. 그러나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방법이 온다 리쿠답다. 독자로 하여금 호기심을 자극하는 추리물의 필치로 끝없이 흥미를 자아낸다. 이 한 권을 2시간만에 다 읽었다. 그만큼 쉽고 재미있었다고 해야할까. 그러나 작가가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가볍지 않은 것들이다. 그것을 고려하여 소설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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