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위녕, 삶이 힘들까 봐, 너는 두렵다고 말했지. 그런데 말이야. 그래도 모두가 살아 내는 또 하나의 이유는 오르막은 다 올라 보니 오르막일 뿐인 거야. 가까이 가면 언제나 그건 그저 걸을 만한 평지로 보이거든.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눈이 지어내는 그 속임수가 또 우리를 살게 하는지도 모르지.
pp.14~15
 
삶은 우리보다 많은 걸 알고 있는 거 같아. 내가 아니라 말이야. 그러니 네 꿈조차도 규정 속에 집어 넣고 못질해 버려서는 안 되는 거야. 네가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꿈을 꾸는 것과 그것 외에는 어떤 가능성도 차단하는 것과는 다른 거야. 네가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는 것과 네가 그 외에는 어떤 것도 삶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거지. 꿈이 네 속에 있어야지 네가 그 꿈속으로 빠져 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 오스카 와일드도 그걸 통찰해 내고 있어.
p.80
 
오늘도 가끔 창밖을 보고 있니? 그래 가끔 눈을 들어 창밖을 보고 이 날씨를 만끽해라. 왜냐하면 오늘이 너에게 주어진 전부의 시간이니까. 오늘만이 네 것이다. 어제에 관해 너는 모든 것을 알았다 해도 하나도 고칠 수도 되돌릴 수도 없으니 그것은 이미 너의 것이 아니고, 내일 또한 너는 그것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단다. 그러니 오늘 지금 이 순간만이 네가 사는 삶의 전부, 그러니 온몸으로 그것을 살아라.
p.98
 
작가는 현실을 다루는 사람이다. 설사 공상이라 해도 현실의 요소들이 없다면 우리는 전혀 그것과 교감할 수 없어. 그래서 작가는 이 모든 현실을 알아야 하는 거지. 그리고 읽으며 기다리는 거야. 소설이, 글이 내게로 올 때까지 말이야. 그러면 사람들은 묻곤 하지? 그렇게 열심히 일하며 돈을 벌고, 또 읽는데 소설이 혹은 글이 오지 않으면 그때는 어떻게 하죠? 그러면 엄마는 대답한단다.
 "네, 그러면 쭉 돈을 벌고 읽으며 살면 됩니다. 그것도 행복한 삶이니까요."
pp.158~159
 
너에게는 열정이 있니? 진정 심장을 태워도 좋을 만한 그런 열정이 있다면 너는 젊다. 그러나 네가 이력서와, 사람들이 이미 그렇다고 여기는 모든 것들을 아픔 없이 긍정하고 만다면 너는 이미 늙거나 영원히 젊을 수 없을지도 몰라. 사랑하는 딸, 도전하거라. 안주하고 싶은 네 자신과 맞서 싸우거라. 그러기 위해 너는 오로지 네 자신이어야 하고 또 끊임없이 사색하고 네 생각과 말과 행동의 배후를 묻고 또 읽어야 한다. 쌓아 올린 네 건물이 어느 날 흔적도 없이 무너지는 기분이 든다 해도, 두려워하지 말아라. 생각보다 말이야, 생은 길어.
p.168
 
공지영,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中
 
 
+) 언젠가 신문에서 공지영이 그녀의 딸에게 쓴 편지를 읽은 적이 있다. 딸의 이름은 '위녕'이었는데, 독특해서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그때 이런 생각을 했다. 나도 엄마에게 편지를 받아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언젠가 엄마가 내게 하는 말을 듣고 속으로 울은 적이 있다. '나도 한글을 제대로 적을 수만 있다면 네게 해주고 싶은 말이 참 많아. 네게 편지를 써서 줬을 텐데. 수없이 많이.'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자신의 딸이 아프지 않기를 바랄 것이며, 그 부분에 있어서 나의 어머니도 예외는 아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단순히 공지영이 몇 권의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적었다기 보다 평소에 딸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도 가끔 책을 읽으며 작가의 목소리에 공감하며 탄성을 내지르곤 하는데 그런 사람이 많겠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는 늘 주어진 길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발버둥치며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때문에 엄숙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것이 진리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이 진리라고 배웠기에 일상을 벗어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크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인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사람에게 독서란 새로운 삶과 새로운 인연을 가져다 줄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조급하게 살지 말자. 공지영의 말대로 돈을 벌고 책을 읽으며 사는 삶이란 행복한 것일테니. 문득 현재의 나, 그러니까 오늘의 내가 또 다시 새로운 희망을 꿈꾸어도 된다는 당찬 마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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