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동 마을의 아침 파도에 내리꽂히는 갈매기떼들 간혹 바다가 그들의 입을 물고 놓지 않는다 이시영, 『우리의 죽은 자들을 위해』中 +) 이 시집을 읽으면서 '시같다'라는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시같은데 시는 아니라는 말을 과감하게 뱉어놓고 보니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아르갈의 향기』를 읽을 때도 그랬는데, 그의 시집은 주변의 것들에 대한 천착에서 시작된다. 나는 그것을 일상 생활의 일부로 보았으나, 한 선배는 그것이 그가 마지막까지 갖고 있는 민중에 대한, 사회에 대한 애정이라고 표현했다. 선배의 말을 듣고보니 어쩌면 그동안 많은 시집을 낸 시인으로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대가'로서 이렇게 쓴 것은 아닐까 마음이 기울었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그럴지도 모르겠구나. 이제 편하게 시를 쓴다할지라도 적어도 그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시정신이 깔려있는 것은 아닌가. 어쨌든 나는 이 시집을 읽으면서 재밌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표현이 좋은 작품이 몇 있지만, 어쩐지 너무 쉽게 읽혀서 나를 아쉽게 만들었다. 어쩌면 요즘 시처럼 복잡하고 까다로운 것들을 자주 읽기 때문에, 한번쯤 망설이지 않게 쉼없이 읽게되는 그의 시를 '시같다'고 느낀 것은 아닐까. 시와 시같은 것을 한참 생각하게 만든 시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