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제로웨이스트샵만큼은 할 생각이 없었다 일상의 스펙트럼 12
흔적 지음 / 산지니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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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환경과 관련된 책을 읽고 다큐멘터리를 보기 시작했다. 알고 나니 세상은 더 가관이었다. 이타적인 마음 때문이 아니었다. 내 아이가 이런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위기감을 느꼈다.

그렇게 찾고 싶어하던 취향이 뭘 해도 꽂히는 것 없이 흩뿌려지다가 가치관이라는 걸 만나 정착하는 순간 확신했다. 매서운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나무처럼 단단하게 뿌리내리게 될 거라는 것을. 진정한 쾌감은 취향을 찾았을 때가 아니라 삶의 가치관을 만났을 때 온다는 것을.

pp.15~17

환경에 관심을 갖고 실천하면서 알게 된 건 환경 문제가 모두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이고 친환경 제품을 잘 알며 소비하는 사람들은 그보다 더 소수라는 점이다. 제로웨이스트는 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즐겨야 할 필요가 있고 하나의 문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안타깝고 슬펐다.

pp.30~31

제로웨이스트가 지향하는 소비는 지구에 덜 유해한 천연 제품을 아껴서 오래오래 쓰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충동구매를 지양하고 새 물건을 자주 들이지 않으며 물건의 사용 주기가 최대한 길어질 수 있게 노력하는 삶의 방식이다. 쉽게 사고 버리는 요즘의 소비 패턴과는 정반대에 서 있는 느린 소비이다. 하지만 이 지속 가능한 소비의 방식은 자본주의 사회로부터 친환경 제품이 선택받기 어려운 이유가 되기도 한다.

pp.60~61

제로웨이스트샵을 운영하는 사람이 되어 다시 독립서점을 바라보니 이 둘은 어쩐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삶에 있어 중요한 것들이지만 눈에 보이고 손에 만져지지 않기에 마치 실체가 없는 것처럼 인정받지 못하는 비효율의 상징들. 어쩐지 느리고 여유 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 같고 돈은 좀 안 되는 것 같은 일.

왜 '선한 의도'는 어렵고 불편한 것으로 정의되어야만 하는 걸까.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느린 방식이 주는 특유의 분위기는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척박한 땅에 굳이 발을 들여놓는 사람들이 있다.

pp.67~71

예쁜 쓰레기를 구매하는 일도 지양해야 하지만, 예쁘지 않으면 쓰레기가 된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친환경 제품들은 예쁘면서 동시에 지구에 무해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어려운 숙명을 갖고 있다. 예쁘게 만드는 것도 어려운데 동시에 가치까지 있어야 하니 친환경의 세계는 더 어렵고 느리고 고단하게 흘러간다.

pp.91~92

환경을 위하는 일을 한다고 하면 돈 욕심도 없는 무소유의 삶을 선택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러한 시선은 제로웨이스트샵을 제대로 된 비즈니스가 되지 못하게 하는 맹점이기도 하다. 사회에 가치 있는 일을 하겠다는 친환경의 선한 의도와 이타적인 면은 좋지만, 그 노력이 단순한 열정이나 희생으로만 비춰지지 않기를 바란다.

p.121

제로웨이스트라는 가치는 세상과 단절된 이상이 아니라 일상 속으로 스며들어야만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환경을 지키기 위한 작은 움직임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공감과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나 자신부터 열린 마음으로 변화의 중심에 서야 한다고 믿는다. 제로웨이스트샵은 단순히 환경을 지키는 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를 제안하고 세상과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pp.187~188

"고생한 엄마한테 이 콜라비를 많이 줘야 해. 그래야 일 더 많이 하지."

"엄마 일 더 하라고? 무슨 일?"

"환경에 좋은 일."

p.198

흔적, <정말이지 제로웨이스트샵만큼은 할 생각이 없었다> 中

+) 저자는 트렌드를 읽어내는 직업을 갖고 있었는데 그 일은 현시점에서 몇 년 후의 유행을 예측하고 좇아가야 하는 생활이었다.

미래의 세상과 앞서가는 패션을 따르는 사이 스스로를 돌보지 못했고 본인의 미래를 고려하지 못했음을 깨달았을 때, 저자는 에코 크리에이터인 '흔적'으로의 삶을 시작한다.

이 책은 환경을 위한 일을 하나 둘 실천하며 지내던 저자가 제로웨이스트샵의 단골손님이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친환경을 위한 생활 방식을 굳혀가던 저자는 제로웨이스트샵의 블로그를 운영하는 일도 맡고, 사장님과 플리마켓도 함께 준비하며 적극적으로 생활한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그 사장님과 협업하며 제로웨이스트샵을 운영하게 된다. 하지만 친환경을 위한 일이었지만 어쨌든 사업이었고 가게를 꾸려가기가 쉽지 않았다.

환경을 위한 제품들은 일반인의 기준에서는 비싼 가격이었고 환경을 위해 제작, 판매, 배송해야 하기에 수익을 내는 것이 어려웠다.

이쯤에서 저자가 얼마나 많은 내적 갈등과 고민을 했을지 충분히 상상되었다. 책에서 언급했듯이 의미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무조건적 희생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제로웨이스트샵 운영도 사업이고 그 사업을 유지해야 환경을 위한 일들을 더 많이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저자는 헌 옷을 활용한 친환경 현수막을 제작하고, 병뚜껑을 재활용해 키링을 만들어 판매했다.

다양한 플리마켓에 참여하고 그린 인플루언서 자격증을 취득하며 환경을 위한 강의를 한다. 그렇게 제로웨이스트 문화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텀블러도 들고 다니고 일회용 제품 사용을 자제하며 자동차보다 걷기를 선호하는, 즉 소극적으로 환경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반성을 많이 했다. 처음에는 환경을 위해 노력하던 그 마음이 몇 년이 지나면서 퇴색해 어느새 좀 흐트러졌기 때문이다.

여전히 물티슈를 사용하고 끊었던 일회용 차와 커피를 마시며 플라스틱 통에 가득 찬 화장품을 이용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하나라도 덜 쓰고 환경을 위한 제품으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제로웨이스트샵에서 어떤 물건들을 파는지, 그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왜 조금은 비쌀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환경을 위한 일로 무엇이 있을지 배우며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 책이었다.

어떤 생활을 하더라도 환경을 생각하는 일관성과 끈기를 갖춘 사람들의 삶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권한다. 그리고 제로웨이스트샵 운영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읽어보아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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