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암호를 받아라 사회정서가 자라는 사이동화 1
신소희 지음, 김잔디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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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거짓말~ 둘이 사귀잖아."

그래도 조금의 눈치만 있다면 하준이와 은솔이가 단짝이란 걸 알아챌 수 있어요.

은솔이는 이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 싶었어요. 간지러운 말을 지어내 놀리고 싶어 하는 게 분명해요. 그래서 아빠가 엄마와의 부부 싸움을 끝낼 때 쓰던 말을 빌려 대꾸했어요.

"흥! 좋을 대로 생각해!"

pp.10~12

"여러분은 모두 사귀는 사이고, 사귀어야 해요."

선생님은 무언가 더 말씀하시려는 듯하다가 그만두셨죠. 대신 국어사전에서 '사귀다'를 찾아 열 번 써 오라는 숙제를 내셨어요.

사귀다: 서로 만나 가까운 사람으로 만들다.

p.21

"할머니! 옛날 친구들 만나는 게 그렇게 좋아?"

"좋다마다! 깨복쟁이 우리 친구들 얼마나 반갑고 재밌는데."

"냇가에서 멱 감고 장대비 함께 맞으며 어울린 친구 사이라는 거지. 감출 거 없는 어린 나이에 만나 흠도 허물도 다 아는 옛 친구들이란다."

pp.25~27

"괜찮은데요."

하준이가 답했어요. 애들에게 놀림당하는 게 훨씬 불편했거든요.

"근데 신기하게도 말을 안 하니까 말할 일이 없어져요. 그냥 어떻게든 해결되고 일이 지나가요."

p.35

그날 저녁. 침대에 누운 하준이는 암호를 달달 외웠어요. 틀리면 오해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 그러다 문득 암호가 적힌 종이를 가만히 들여다봤어요. 안녕, 잘했어, 괜찮니, 미안해...... 친구 사이를 지켜 주는 말이라고 느꼈죠.

은솔이도 비밀 암호 종이를 뚫어져라 봤어요. 교실에 나를 믿고 응원해 주는 친구가 있다는 건, 무척 든든하다고 생각했어요.

p.46

묵묵히 듣던 선생님은 다른 날과는 달리 목소리를 조금 높였어요.

"어머님, 아이들은 잘 크고 있습니다. 좀 지켜봐 주세요!"

pp.72~73

신소희 글, 김잔디 그림, <쉿! 암호를 받아라> 中

+) 이 책은 단짝 친구의 우정을 지키기 위해 둘만의 비밀 암호를 만들어 관계를 지속해가는 두 아이의 진심 어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친한 친구였던 '하준'이와 '은솔'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같은 반 친구인 '태건'이의 놀림을 받게 된다.

둘이 사귀는 사이 아니냐며 태건이가 놀리자 하준이는 부끄러워한다. 은솔이랑 둘이 놀면 정말 즐거운데도 불구하고 은솔이를 피해 다닌다.

하지만 그게 더 어색한 두 아이는 어떻게 하면 친한 친구로 계속 지낼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리고 이들은 둘만의 비밀 암호를 정해 우정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이 책은 친구 사이를 걱정하고 고민하는 초등학생들의 마음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분명 함께 놀던 친구인데 남자와 여자라는 틀이 생기면서 갑자기 다른 관계가 되어버린다.

남자친구와 여자친구도 '같은 친구'라고 믿는 아이들은 변함없는 친구 사이임이 확실한데도, 남자와 여자로 경계를 지어 '다른 사이'로 만드는 아이들 때문에 당황한다.

현명한 선생님 덕분에 반 아이들 모두 사귀는 사이라는 걸 알게 된 친구들은 아직 어색해도 천천히 마음의 문을 연다. 그리고 그 마음의 문을 여는 첫 번째 시도를 하준이가 해낸다.

아이들의 이런 성장 과정을 저자는 책에 잘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을 읽는 초등학생들은 친구라면 모두 사귀는 사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친구 사이에 선을 긋거나 틀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걸 배울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캐릭터가 우리가 초등학교에서 만날 수 있는 아이들이기에 어린 독자 입장에서는 깊이 공감할 수 있으리라 본다.

비밀 암호를 설정해 관계를 유지하고 싶을 정도의 사이, 친구가 놀림의 대상이 될 때 지켜주고 싶은 사이, 말할 수는 없지만 너무 좋아해서 자꾸 생각나는 사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사이.

그런 친구 사이를 이 책 곳곳에서 만나며 그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남성과 여성의 구분이 서로 다른 성별일 뿐이지 친구가 되지 못할 이유는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피구를 하며 하준이가 내린 용기 있는 선택에, 개인적으로 함박웃음을 지으며 물개 박수를 보냈다. 친구들의 놀림에 부끄러워하던 아이가 친한 친구를 위해 과감한 결정을 하는 모습을 보면 어린 독자들도 멋지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부끄러워하는 하준이를 이해하며 배려하는 은솔이의 모습에서도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 친구의 마음을 헤아려주며 자기가 먼저 양보하고 배려하는 모습에서 어른들도 배울 점이 많은 작품이었다.

마지막에 반 아이들 모두 마음을 나누는 장면에서는 이제 정말 모두 사귀는 사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어린 독자들도 이들의 모습을 보며,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는 용기와 마음을 잇는 우정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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