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에 관하여 - 이금희 소통 에세이
이금희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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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저희 엄마가 항상 저에게 해주시는 말이 있습니다. '걱정보다는 격려가 힘이 세다.' 저도 누군가 걱정이 될 때는 무조건 격려를 해주려고 노력합니다."

타인의 삶을 고작 한 조각만 보고 지레짐작하며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상대방의 마음을 위축시키기보다 따뜻한 격려의 말을 해주면 어떨까요.

p.29

가족은 짐이자 힘입니다. 배를 띄울 때 밑바닥에 싣는 '바닥짐' 같은 존재죠. 바닥짐이 없으면 배는 균형을 잡지 못한답니다. 반면 너무 많으면 정작 실어야 할 다른 짐을 실을 공간이 부족해집니다. 적당히 실어줄 때 배는 균형을 잡으면서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얻습니다. 그러니 가족은 바닥짐입니다.

p.33

남의 일에 참견하는 사람은 자기 인생이 재미없어서 그러는 겁니다. 자기 삶이 흥미진진하고 어디로 갈지 몰라 관심 집중하고 있어야 한다면 그러지 않을 거예요.

남의 인생에 관심 두지 맙시다. 내 인생을 챙기기도 바쁜 삶인데요. 정말 죄송하지만, 가족도 실은 남입니다.

pp.52~53

"상처는 칼끝이 아니라, 가장 사랑한다고 믿은 이의 입에서 더 깊이 온다."

- 아리스토텔레스

p.83

"머무는 이유가 사라지면, 떠나는 건 결코 배신이 아니다."

- 이기주, [언어의 온도] 中

p.120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행복해질 필요는 없다."

- 달라이 라마

p.139

아침 일을 그만둔 후에 감사하게도 밥을 사주겠다는 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선생님, 남들이 들으면 이상하다고 그럴까 봐 어디에서도 말 못 했는데요. 저는 불과 두 달밖에 안 됐지만, 제가 아침 생방송을 진행했던 것이 삼국 시대나 고려 시대쯤인 것 같아요. 조선 시대도 아니고요. 저, 이상한 거 아니죠?"

'나는 왜 그럴까?' 두 가지 이유를 찾았습니다. 먼저, 과거에 살지 않고 현재에 살기 때문. 제가 뭘 했든 누가 뭘 했든, 그건 그 사람의 경험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을 말해주는 건 현재!

다음, 저는 자기 연민이 별로 없어요. '내가 너무 불쌍해. 나만 힘들어.' 이런 생각은 안 하거든요. '나도 불쌍하고 너도 안됐고, 그런 거지. 다들 비슷하게 힘든 거지. 5년 6개월 동안 1주일에 7일을 일했어도, 고단하기는 했지만 방송 경험도 늘었고 감사하지.' 이렇게 말이에요.

pp.198~199

루틴은 나를 만들고 나를 지탱해 줍니다. 그 어떤 예술도 루틴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나는 루틴을 만들고 루틴을 이어 나갑니다. 루틴은 스스로 안정을 시켜주면서 나 자신을 만들어가게 해줍니다.

일상은 힘이 셉니다. 루틴은 소중하지요. 큰일이 생길 때일수록 일상을 유지해야 합니다.

p.239

기차를 세우는 힘, 그 힘으로 기차는 달린다

무엇을 하지 않을 자유, 그로 인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안다

무엇이 되지 않을 자유, 그 힘으로 나는 내가 된다

세상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달린다

- 백무산, [정지의 힘] 中

p.293

이금희, <공감에 관하여> 中

+) 이 책은 아나운서인 저자가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며 느낀 공감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이다. 사람 사이에서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공감의 자세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데 필요하다는 걸 강조한다.

저자는 겸임교수로 재직할 때 만났던 학생들과의 이야기, 유튜브와 방송 청취자들의 이야기, 강연장에서 직접 뵙는 청중들의 이야기 등을 이 책에서 차분하게 풀어내고 있다.

그리고 공감을 기본으로 하는 대화가 사람들 사이에서 따뜻한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는 걸 보여준다. 여러 사람들의 사연을 접하고, 저자 본인의 경험도 읽다 보면 우리는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가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은 공감과 소통이 핵심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모든 것이 대부분 '배려'의 자세를 통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된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소통의 시작이고 공감하는 자세가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된다. 가족과 얽힌 사연, 직장 상사와 동료들과의 관계,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태도 등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

저자는 각각의 사연을 성의껏 들어주고 그에 맞는 조언을 공감 어린 시선과 어조로 전달한다. 평소 저자의 표정과 목소리가 한 문장, 한 문장에서 묻어나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각각의 사연에는 맨 끝에 저자의 생각, 즉 문제를 헤쳐갈 방법 등이 짧지만 단단하게 실려 있다. 이런 부분에서도 독자를 배려하는 저자의 소통법이 드러난다고 느꼈다.

사회 초년생 젊은 세대들이나, 가족과의 관계로 힘든 이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느낀다. 또한 직장 상사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배려의 자세를 배울 기회가 될 책이니, 멋진 인생 선배가 되고 싶다면 미리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개인적으로 별 뜻 없이 물었던 질문들이 상대방에게 부담으로 다가갔겠구나 싶어 반성의 기회가 되기도 했다. 또 나이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여는 게 미덕이라는 농담이 생각나는 순간이 많아서 아프지만 즐겁게 읽었다.

웃픈 현실이 담겨 있어서 속상한 적도 많았지만, 그와 달리 본받고 싶은 어른들의 모습이 떠올라 감사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부드럽지만 단단한 사람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큰 힘이 된다는 걸 안다. 저자는 부드럽지만 단단한 사람 같다. 자기 연민이 적어 내면이 단단한 저자를 보며 이런 사람들이 주변에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느끼고, 배우고, 생각할 게 많은 에세이집이었다. 우리 사회 현실도 알 수 있고,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마음도 볼 수 있었던 현실적이지만 따뜻한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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