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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빌려줍니다 ㅣ 내인생의책 그림책 133
팡쑤쩐 지음, 하오뤄원 그림, 이수안 옮김 / 내인생의책 / 2025년 11월
평점 :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고릴라는 종종 혼자서 생각했어요.
'아! 심심해. 너무 외로워. 난 친구가 하나도 없어.'
어느 날, 고릴라는 큰 나무에서 나뭇잎 하나를 따서,
이렇게 적었어요.
"친구를 빌려줍니다. 한 시간에 천 원."
그다음부터 고릴라는 매번 '보'만 냈고, 미미는 매번 '가위'만 냈어요.
그래서 고릴라는 계속 발을 밟혔죠.
하지만, 친구가 생겼다는 게 너무 기뻐서,
마음속으로는 모래가 너무 빨리 떨어지지 않기를 바랐어요.
고릴라는 얌전히 옆에 엎드려 지켜봤어요.
아무 말 하지 않아도,
고릴라는 지금이 정말 행복하다고 느꼈어요!
과자 몇 조각을 챙겨 큰 나무 아래에서 미미를 기다렸어요.
오랫동안, 정말 오래 기다렸지만 미미는 오지 않았어요.
팡쑤쩐 지음, 하오뤄원 그림, <친구를 빌려줍니다> 中
+) 이 그림책에는 친구 사귀는 방법을 모르는 고릴라가 등장한다. 고릴라는 친구가 하나도 없어서 늘 외로워하다가, 돈을 받고 자기 자신을 친구로 빌려주는 방법을 생각해낸다. 그렇게 하면 친구를 사귈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고릴라가 제시한 가격의 1/10만큼의 돈밖에 없는 '미미'는 고릴라에게 적은 돈으로도 괜찮은지 먼저 묻는다. 그리고 그들은 모래시계의 모래가 쏟아지는 시간만큼 함께 놀기 시작했다.
가위바위보 놀이도 하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도 하고, 이야기하며 수다 떠는 놀이도 한다. 고릴라는 미미와 함께하는 순간마다 정말 즐겁고 행복해한다.
하지만 고릴라의 마음과 달리 미미와 갑자기 헤어져 큰 상처를 받는다. 그래서 고릴라는 이제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 위해 무료로 친구를 빌려주는 방법을 떠올린다.
이 책 속 고릴라를 지켜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애초부터 친구를 사귀는 일에 돈이 필요한 게 아닌데, 고릴라는 무언가를 주고받아야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착각한다.
물론 친구 사이에는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친구에게 선물함으로써 스스로가 더 행복해지는 일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사이, 그게 친구인데 고릴라가 그걸 깨달을 때쯤 미미와 헤어지게 된다.
사실 고릴라가 모르는 점이 또 있다. 고릴라와 친구가 되고 싶어서 망설이며 지켜보는 친구들이 주변에 너무 많다는 점이다.
이 그림책 속 그림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혼자 있는 고릴라를 숨어서 보는 생쥐, 고릴라와 미미가 신나게 노는 걸 몰래 보는 사자와 얼룩말, 타조, 코뿔소 등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 또한 친구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그 방법을 잘 모르는 순수한 부끄러움쟁이들이다. 미미가 떠나고 고릴라가 혼자되었을 때에도 이들은 고릴라 뒤에서 항상 함께 있다.
친구 사귀는 것이 어렵지만 조금만 주변을 둘러보며 용기를 낸다면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걸 가르쳐 주는 책이었다. 그리고 친구의 소중함과 친구와 함께 하는 시간의 즐거움도 느낄 수 있었다.
글과 더불어 정겨운 그림으로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책이기에, 여러 번 읽어도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