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서점 북두당
우쓰기 겐타로 지음, 이유라 옮김 / 나무의마음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인간이라는 종족은 산다는 것을 괜히 복잡하게 생각한다. 배불리 먹고 실컷 자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동물은 충분히 만족스러워 한다. 굶주림에 시달리거나 잡아먹힐 걱정없이 살아갈 수만 있다면 그걸로 족하지 않은가.

꿈 따위는 애초에 가지지 않는 편이 낫다.

재수 없게 불행을 마주쳤다면 그냥 체념하고 몸을 맡기면 된다. 그저 거기까지가 운명이었던 거다.

p.13

"헛소리 마. 놈들이 우리와 동등하다고? 이놈이나 저놈이나 어차피 위기가 닥치면 우리를 버리고 도망가는 것들이라고."

"가엾게도, 널 소중히 여겨주는 인간을 만나지 못한 채 살아온 거구나. ...... 역시 너는 마녀랑 함께 살아야 해. 너 같은 녀석일수록 그 사람이 필요해."

"수고양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어미라는 건 말이야, 새끼가 한 마리만 안 보여도 아주아주 괴로워지는 법이거든."

pp.62~63

마음의 여유가 없는 자들의 시야에 우리 고양이가 갑자기 불쑥 뛰어들면, 인간들은 그것을 방해물로 여기는 듯했다.

반면, 마음에 여유가 있어 보이는 인간들은 나에게 먼저 다가왔다.

마음의 여유를 잃은 인간이란 얼마나 딱한 존재인가. 반대로 마음의 여유가 있는 인간은 또 얼마나 손해를 보며 살아가는가.

그들은 마음 속 어딘가에 틈을 만드어, 그 틈을 '여유'라고 부른다. 보상을 바라지 않는다는 그 마음의 여유를. 그렇다면 그들은 우리 고양이에게서 무엇을 바라고, 또 무엇을 얻고 있는 걸까.

pp.108~111

"아직 그럴 때가 아니야."

기타호시가 말한 그게 바로 정답이다.

지금은 그저 무엇이든 상관없이 이야기를 떠올리고 써보고 형태로 만들어내는 것이 즐거울 시기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신의 세계를 만들고, 연출하고, 결말을 짓는 일. 그 작업이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시기인 것이다.

pp.136~137

우리 고양이는 인간처럼 비열하지 않다. 배신하지 않는다. 일부러 거리를 두긴 해도, 한번 생긴 신뢰를 함부로 저버리는 일 따위는 결코 하지 않는다.

p.199

어떤 이에게 글을 쓴다는 행위는 곧 치유다. 마음의 상처를 글이라는 형태로 바꾸어 바깥으로 끌어내고, 그것을 객관적으로 마주하며 천천히 받아들이는 과정. 그렇게 먼저 자신을 치유하고, 언젠가는 또 다른 누군가의 마음에도 가 닿게 된다. 그리하여 글쓰기는 마음의 안녕과 평온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 된다.

굳이 고통스러운 길을 골라 걷는 어리석은 삶. ...... 그럼에도 창작에 대한 나의 평가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pp.279~280

우쓰기 겐타로, <고양이 서점 북두당> 中

+) 이 소설에는 아홉 번의 생을 사는 고양이가 등장한다. 이 고양이는 여덟 번의 생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데, 지난 삶 중 그에게 의미 있던 때는 작가 나쓰메 소세키와 함께 살았던 날들이다.

일본 판타지 소설 대상 수상작인 이 작품은 나쓰메 소세키의 검은 고양이가 환생해 고서점 북두당에서 다른 고양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난 삶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고양이는 인간들을 이중적으로 기억한다. 마음의 여유가 없는 인간일수록, 전쟁과 기아 등 참혹한 상황에서 정신적 여유가 없는 인간일수록 고양이를 싫어한다는 것.

하지만 어느 시대건 마음의 여유가 있는 인간일수록,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힘든 시기에도 심리적 여유가 있는 인간일수록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것.

고양이의 시선으로 인간 사회 모습을 보는 장면은 우리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고 돌아보게 만든다. 소중한 것을 지키고 또 지켜가는 힘이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책이었다.

소설은 고양이의 눈으로 본 세상이 한 축이라면, 이야기를 상실한 시대에서 이야기의 가치를 강조하는 것이 다른 한 축이 된다.

고양이 서점 북두당의 주인은 고양이들 사이에서는 일명 마녀로 불린다. 그리고 북두당에 가끔씩 들르는 어린 소녀 마도카는 작가를 꿈꾸다가 글쓰기를 멈춘다.

두 사람의 만남과 그들 각자의 고뇌가 이 소설의 다른 한 축이 된다. 작가는 인간의 삶에서 이야기의 가치가 얼마나 뿌리 깊고 뜻 깊은 것인지 이야기로 증명하고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판타지 소설이지만 가볍지 않고 생각할 만한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고양이의 시선으로 이끌어가는 소설인 만큼 재미있고 귀여운 장면도 많았다.

나쓰메 소세키와 함께 살던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정할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고양이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것이고, 글쓰기에 대한 열정이 있는 독자들에게도 의미 있는 소설이 되리라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