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4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4
마치다 소노코 지음, 황국영 옮김 / 모모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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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이혼은 유감이지만 서로 지나치게 의존하는 관계에서 벗어나려고 마음먹은 것은 잘한 일이야."라고 했다.

서로 지나치게 의존한다고? 오빠는 그 이야기를 하면서 '공의존'이라는 낯선 단어를 썼다. 오빠는 "부모님과 너는 그런 관계야."라며 안쓰럽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p.52

"아, 딱 한 번 울었구나. 오븐 레인지를 들고나오는데 너무 무거워서 떨어뜨릴 뻔했거든요. 그 순간에 저도 모르게 남편의 이름을 부른 거예요. 한심하죠? 상처만 줘 놓고, 이제는 힘없는 아저씨가 다 됐다고 생각했으면서, 막상 아쉬울 때는 그 사람을 찾는 내 얄팍함에 스스로 기가 차더라고요."

p.87

유리는 참으로 오랜만에 자신의 웃음소리를 들었다. 나 이렇게 웃는구나, 하고 새삼스레 놀랄 정도였다. 앞으로도 수많은 고민거리가 있을 테고, 부모님과의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앞길에 여러 난관이 펼쳐져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왠지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웃을 수만 있다면 나, 괜찮을지도 몰라.

아무런 근거도 없지만, 내일도 분명 괜찮을 거야.

pp.97~98

마음 깊은 곳에 남은 꿈의 잔해들이 여전히 꿈틀대고 있다는 걸 자기 자신도 알고 있었다.

"미련이 많은 건지, 물러설 때를 모르는 건지..."

p.103

길 가는 사람, 같은 반의 남자 친구들, 심지어는 여자 친구의 라이벌인 다른 여자에게도 평등한 다정함이 여자 친구가 된 사람에게는 상처가 되는 듯했다. 하지만 마이토는 사람을 가려 가며 대하는 방법을 모른다.

p.112

"그럴 리가, 나 완전 바본데?"

"무슨 소리야. 바보는 남한테 상처 주고도 그걸 모르는 인간들한테나 쓰는 말이야."

p.183

마치다 소노코,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4> 中

+) 이 소설은 1권부터 지금까지 쭉 모지항에 있는 편의점을 주요 배경으로 삼고 있다. 이번 4권에서도 매력적인 '시바 점장'이 등장하지만 그와 관련된 이야기는 책의 앞뒤로 나뉘어 조금씩 담았다.

물론 분량이 짧다고 그의 이야기가 사소한 건 아니다. 그는 여전히 적당한 타이밍에 편안하고 배려 있는 말들로 편의점을 방문한 이들의 마음을 다독이고, 삶의 자연스러운 이치를 되새기는 말을 독자에게 전한다.

이 외 세 편의 이야기가 더 실려 있다. 이혼 후 독립적으로 살고자 모지항 근처로 이사한 '유리', 어렸을 때부터 히어로 연기를 하는 배우가 아닌 진짜 현실 속의 히어로를 꿈꾸는 '마이토', 친구의 마음을 받아들이며 진심 어린 사과와 우정을 나누는 '다카기'의 사연이 그것이다.

개인적으로는 1권을 읽고 중간 2, 3권을 읽지 않아서 어색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여전히 옴니버스 형식으로 중단편 소설이 이어지고 있기에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

오히려 2, 3권의 내용이 궁금해져서 따로 더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쓰는 작가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이나 상상만 하고 현실적으로 선택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잔잔하게 그리고 단단하게 담아낸다.

읽는 이로 하여금 나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과 고민을 하게끔 만든다. 현실적으로 용기 내어 선택하기 어려운 결정을 소설 속 인물들이 해낼 때, 그러면서 그들이 간직한 두려움과 걱정에 공감할 때, 그렇기에 그들의 선택을 응원할 때, 이 소설이 빛을 발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잠시라도 쉴 틈이 있는 사람들에게 은은하게 따뜻함과 용기를 전하는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소설 속 인물들의 삶을 함께 응원하며 우리 자신에게도 잔잔한 희망을 주는 책이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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