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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는 완벽한 농담 - 이경규 에세이
이경규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3월
평점 :
평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길을 만들지 마라. 내버려두면 길이 생긴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가다 보면 오솔길이 되고 큰길이 된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길이 나에게 제일 편한 길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무서워하지 말고, 한번 가보자.
5%
말이 많아지만 자연스레 실수가 잦아진다.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섭리다. 이것도 미리 연습하고 훈련해야 한다.
누군가는 묻는다. "왜 혼자 계세요?"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말 한 마디로 상처를 주고받기 쉬운 세상에서 얼마나 조심해야 할지, 어디까지 나서야 할지, 아직도 가늠할 수 없어서 더 긴장된다. 사람마다 상처받는 지점이 다르다. 인간이 얼마나 복잡하고 연약한 존재인가.
13%
아버지가 중풍으로 마지막 20년을 누워만 계셨다. 그런 아버지를 수발하신 어머니를 보면서 결심했다. 누군가에게 수발받는 삶은 선택하지 않겠다고.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남은 사람들을 위해서다.
건강은 빚과 같다. 젊을 때 막 끌어다 쓰면 나이 들어 이자까지 붙여 갚아야 한다.
건강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26%
무식한 놈이 신념을 가지면 제일 무섭다.
42%
인생이란 의도대로 가는 법이 없다.
58%
인생은 타이밍이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운명의 장난을 피할 수는 없다. 이것도 영화인의 삶이라면 받아들여야겠지.
61%
방송과 영화. 이 두 개의 기둥이 내 인생을 든든하게 받쳐준다. 하나가 무너지더라도 다른 하나가 버팀목이 되어준다. 우리 인생에는 본캐 외에 부캐도 필요하다. 그게 삶의 동력이 된다. 나 역시 방송국 문을 두드리면서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이중생활을 계속해왔다.
64%
세상에 혼자 남으니 이상하게도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어머니가 어떻게 그 20년을 견뎌낼 수 있었는지.
선택권이 없었기 때문이다. 태어나는 것도, 살아가는 것도, 견뎌내는 것도 모두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저 흐르는 강물처럼 우리 인생에 자연스럽게 왔다가 가는 것이다. 어쩌면 그게 우리 삶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받아들여야 한다. 그 모든 것들을.
72%
우리는 개에게 반가움의 기술을 배워야 한다. 아내도, 남편도, 자식도 서로를 반기는 법을 잊었다. 나를 진심으로 온몸과 마음을 다해서 환대하는 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인생은 살 만한 것이 된다.
82%
이경규, <삶이라는 완벽한 농담> 中
+) 이 책의 광고 문구에는 '롱런하는 이유가 있다는 코미디언 이경규가 삶을 대하는 태도'라고 쓰여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건 저자가 방송에서 언급했던 한 문장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습니다.'
이 말을 들었을 때 굉장히 공감하면서 이분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던 적이 있다. 긴 세월 유명한 코미디언이면서도 사적으로 크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일이 없는 사람이라, 굉장히 자기 관리가 철저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왔었다.
그런 호기심에서 읽기 시작한 이 책은 재미있으면서도 진중하다. 코미디언이자 영화감독인 저자의 위트와 유머 그리고 진심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무엇보다 이 책의 광고에서 언급했던 표현, '삶을 대하는 태도'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어떻게 삶을 대해야 할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한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어떤 건지 보았으면 싶다. 그가 유명한 코미디언이고 영화감독이라서가 아니라, 먼저 인생의 많은 시간을 보내온 인생 선배로서 해주는 조언이기 때문이다.
이미 코미디언으로서 성공한 그가, 지금도 꾸준히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는 부분을 읽으면서 감동을 받았다. 우리는 보통 자기의 주업에 집중하는 것도 벅차 다른 일을 병행하지 못한다. 저자는 본캐 외에 부캐가 있으면 좋다는 말을 했는데 그 부분에 깊이 공감했다.
사람들 대부분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부분을 저자는 끈기를 갖고 꾸준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는 사람이라면 저자가 삶을 어떻게 대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꾸준한 그의 태도가 지금의 그를 만든 게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저자의 삶의 방식을 보며 배운 점도 많고 반성한 점도 많았다. 생각이 깊으면서도 유쾌하기가 쉽지 않은 일인데 저자는 매 순간 본인의 일에 열정을 갖고 생활하는 사람 같다. 자기 관리가 철저한 사람이라는 짐작은 이 책을 통해 증명된 셈이다.
재미있고 따뜻하며 마음에 은은한 감동을 주는 에세이집을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웃으면서 그리고 배우면서 그리고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읽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