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권여름 지음 / &(앤드)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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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상태는 이상 없었죠?"

봉희가 아까 확인한 운남의 신체 데이터를 읊었다.

"아니, 데이터 말고 자기가 직접 보고 느끼기에 이상 없었냐고. 코치의 직감으로 말야."

"숫자는 아름답습니다. 가장 짧은 말로 모든 걸 말해주잖아요." 이렇게 말한 건 구유리였다.

11%

"이렇게 내보내는 건 저희 센터 기본 방침과도 맞지 않는 거잖아요?"

말을 뱉고도 봉희 자신이 더 놀랐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내뱉었지만, 결국 나온 한 문장은 따지는 말이었다. 그것에 대한 원장의 대답이 그거였다.

"어떻게 직진으로만 가니."

39%

무언가를 어기는 일에 봉희는 익숙하지 않았다. 익숙하지 않은 일들, 그런 일들을 만들어내는 낯선 기분이 두렵기도 했지만 막을 길도 없었다. 봉희가 연락을 하지 않은 날은 안나에게서 연락이 오기도 했다.

41%

영리하고 재빠른 사람은 역시 불편했다. 쉽게 속을 내비치는 것 같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귀신처럼 잘 감추는 사람들. 다른 사람이 방심한 사이 불리한 것들을 제거하고, 유리한 길을 신속하게 만드는 사람들이었다. 눈치도 빠르고 자신보다 한발 더 멀리 볼 줄 아는 사람과 보폭을 맞추는 일이 봉희는 늘 피로해다.

50%

무엇보다 이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지 않았다. 혼자 끝까지 가보는 것. 가장 두려운 선택을 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라고 봉희는 생각했다. 다시 구유리나 공진표의 손을 잡는 것. 그러니까 쉬운 선택을 하는 것이야말로 뒷심이 없는 거라고, 그거야말로 실패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새로운 삶을 위한 선택이기도 했다. 그동안의 흔들림이 만들었던 균열이 고마웠다.

89%

권여름, <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 中

+) 이 소설은 단식원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마른 몸에 대한 여성들의 강렬한 바람을 담고 있다. 단식원에 모인 여자들은 각자 나름의 사연을 갖고 있지만 공통점은 마른 몸을 원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단지 뚱뚱한 몸이라는 이유만으로 세상으로부터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다. 그리고 그들을 수치스럽게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 등으로 상처받고 힘들어한다.

극단의 상황으로 몰린 이들에게 단식원이라는 공간은 마지막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아름다운 몸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리고 짧은 시간에 마른 몸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많다.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인지, 스스로가 만족하기 위한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으로 평생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이 책에서 등장하는 단식원은 건강한 다이어트를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날씬해지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돈을 버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곳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아름다운 몸을 갖고 싶어 하는 인물들의 마음에 깊이 공감하며 생각했다. 건강하게 날씬해지는 방법이 있다면 어디까지 얼마나 가능할까.

급하게 살을 빼거나,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이 아닌 극단의 마른 몸으로 만들려고 한다면 건강을 망치게 된다. 이 소설은 그런 이들에게 위험성을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챙기는 것이 우선이라는 걸 가르쳐 준다. 급하게, 극단적으로 다이어트를 하기 보다 건강하게, 순리대로 다이어트를 하는 게 옳다는 확신을 주는 작품이었다.

한 편의 스릴러를 보듯 재미있게 읽었다. 그러면서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는 방법에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게 만든 책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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