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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성의 향기를 찾아서 - 자장율사 사릿길 탐사기
권오찬 지음 / 지식과감성# / 2024년 11월
평점 :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이 법성포 포구는 자장율사 이전 약 250년 전 동진의 승려 마라난타가 처음으로 불교를 백제에 전파한 유서 깊은 곳이다.
자장율사가 귀국하면서 어느 곳으로 왔다는 기록은 없지만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주변 유적지와 설화를 유추해서 그곳이 영광군 법성포라 생각하고 도보 답사 첫 출발점으로 정했다.
앞으로 기나긴 도보 답사 예상 여정을 계획해 보며 법성포를 출발하여 익산을 지나 경주에서 양산을 거쳐 울산으로 동해를 따라 올라가 강원도 내륙에 있는 적멸보궁을 모두 답사할 예정이다.
pp.15~16
미륵산 너른 품에 서동요 담겨 있고
옛 가락 미륵사지 쌍 석탑 장엄하네
역사와 설화의 경계 어느 곳에 머물까
폐사지 한 모퉁이 흩어진 기와 조각
묻혀진 천사백 년 담겨진 백제 역사
한 조각 손에 쥔 와편 흥망성쇠 말하네
p.36
저 건너 경주 남산 서라벌 진산이라
불성의 향기 찾아 걸어온 나그네 길
무심한 시선 끝 간데 피안의 길 예 있다
p.82
청량한 운판 소리 설화를 반추하고
죽비음 날 선 소리 망상을 깨우시네
나 어디 무엇을 찾아 행랑 꾸려 길 가나
p.138
오대산 중대 적멸보궁에는 주변 지형지물이 사자를 상징하는 천연 지형지물이 없어서 사자암을 건립하여 문수보살의 사자를 대신하였고, 법흥사 적멸보궁은 보궁 그 자체가 사자산에 봉안된 것이고 설악산 봉정암 사리탑의 적멸보궁은 사자바위가 힘찬 기운을 포효하며 사리탑을 호위한다.
pp.158~159
선재길 걸음걸음 한 걸음 지혜롭게
청정심 일으켜서 두 걸음 깨어 있게
날마다 환희심 가득 걸어가게 하소서
p.163
권오찬, <불성의 향기를 찾아서> 中
+) 이 책은 신라 시대 스님인 자장이 부처님 진신사리, 가사 장삼, 불경을 갖고 당나라에서 신라로 귀국하면서 걸어온 길을 따라 저자가 도보 답사하는 기행문이다.
저자는 문수사, 금산사, 미륵사, 탑사, 대견사, 분황사, 통도사, 정암사, 법흥사, 수다사, 월정사, 상원사, 건봉사 등의 사찰을 방문하거나 그에 얽힌 불교 관련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이 책에서 자장 스님의 한 걸음 한 걸음을 따라 걸으며 떠오르는 시상을 시조로 담아냈다. 책의 제목처럼 불성의 향기를 글자와 운율에 맞게 창작 시조로 정성스럽게 묘사한다.
천천히 여유로운 호흡을 지닌 도보 답사기인 셈이다. 중간중간 사진과 지도, 저자의 창작 시조를 담고 있기에 느릿느릿 여유를 즐기며 볼 수 있다.
종교를 떠나 긴 도보 여행을 떠난 사람의 마음과 걸음을 이해하며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도보 여행을 하며 시조를 짓기란 무척 힘들었을텐데. 걷기와 짓기, 모두를 부지런히 그리고 묵묵히 해낸 저자의 모습이 따뜻하게 다가온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