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
전영애 지음, 최경은 정리 / 문학동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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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문학은 누군가의 옆에 가만히 서는 것입니다. 많은 인생을 간접적으로 살아봤기 때문에, 사실 문학을 해서 작가나 평론가가 되는 것은 부수적으로 올 수는 있지만 최종 목적이 될 수는 없고 결국 사람을 중심에 놓는 인본주의의 바탕이 되는 것이지요. 사람이 사람을 바르게 보고, 진정한 관심을 기울여야 세상이 유지됩니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내 옆의 좋은 이웃만 만나는 게 아니라 몇백 년 전의 어느 누구까지 만나는 일입니다. 엄청난 일이지요.

p.21

힘들어도, 불안해도 괜찮습니다. 저는 이만큼 살고도 여태 방황하고 매일 고꾸라져요. 그런데 견딜 만합니다. 괴테가 말했듯 방황한다는 건 갈 곳이 있기 때문이라는 걸 이제 알고(살면서 수십 번 확인했죠!), 수학 문제와는 달리 인생에는 답이 없지만 자기 앞에 닥친 시련의 의미와 모양을 정확히 알 때 감당할 힘이 생긴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입니다. 사실 다 괴테 덕분인 것 같기도 합니다.

되돌아보니 어려워도 더 쉬운 길, 더 나아 보이는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고 하던 일을 바보같이 꾸준히 했고, 크고 작은 선택들을 해야 할 때면 목전의 이득보다는 올바른 쪽으로, 긴 안목으로 해왔더군요. 많은 것을 포기하고, 제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그 한 가지만 힘들게 꾸준히 해온 것이지요.

p.40

"사람의 거처는 인생의 절반이다."

-괴테

p.55

<데미안>은 "내 속에서 솟아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그러기가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라는 모토를 앞세운 짧은 철학적 성찰로 시작됩니다. 헤세는 이 작품을 통해 한 사람의 삶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며, 누구나 나름의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소중한 존재라고 이야기합니다.

pp.96~97

시인

그렇게 꼬치꼬치 따지지 마시오!

들여보내만 주시오.

나 인간이었으니까.

그건 전사라는 뜻이오.

당신의 힘있는 눈길을 날카롭게 하시오!

여기! - 이 가슴을 꿰뚫어보시오.

보아요. 삶의 상처, 간계를

보아요, 사랑의 상처, 욕망을.

-괴테, [서-동시집]의 '낙원의 서'

pp.100~101

그곳에서도 부모가 자녀에게 주어야 할 것 두 가지, 뿌리와 날개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아이들에게서 날개가 돋아나기를, 꿈과 뜻이 자라기를 기다려주는 것. 부모가 대신 달아주면 짐이 될 뿐이지요.

더욱 바라는 것은 아이들이 땅에 발 디디고 뿌리 내리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아이가 발을 뗐다는 생각이 들 때 구역 하나를 정해주는 일. 이 구역, 요만큼은 내가 딱 책임진다. 혼자서. 그렇게 시작된 세상 한 귀퉁이가 점점 자라나 세계로 뻗어나가기를 바랍니다.

pp.138~139

전영애, <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 中

+) 이 책의 저자는 괴테의 작품들을 번역하는 학자로 경기도에 여백 서원을 운영하며 괴테 마을을 조성하는 사람이다.

이 책은 독문학자인 저자가 여러 문학 작품들을 만나고 이해하며 할머니가 되기까지 인생의 여정에서 깨달은 이치를 글로 옮긴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는 괴테의 이야기는 물론, 카프카, 헤르만 헤세, 그림형제 등에 대한 단상도 담고 있다. 문학 작품을 소개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것에서 깨달은 소소한 삶의 진리를 잔잔하게 풀어낸다.

쉽지 않은 인생길에서 산을 넘고 또 넘어야 하는 것이 순리라면 산 하나를 넘을 때 최선을 다해 묵묵히 올바른 쪽으로 걸으라고 이야기한다.

그 길이 험난한 것을 알지만 저자는 우리들의 할머니처럼 다정하게 말해준다. 외롭지만 올곧게 걷다 보면 그 시련을 감당할 힘이 우리에게 있다는 걸 알게 된다고.

저자는 방황하는 청춘들의 흔들림을 이해하고 공감해 준다. 그리고 그것에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며 함께 응원해 준다.

또한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언급하며 부모가 자식에게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이 좋은지 가르쳐 준다. 더불어 본인의 경험을 담아 부모에게 받은 사랑과, 자식에 대한 미안함과 사랑의 감정을 솔직하게 풀어낸다.

이 책의 제목처럼 괴테를 좋아하는, 그리고 문학을 사랑하는 할머니의 인생 조언을 다정하면서도 단단하게 전해 들은 느낌이다.

괴테의 문장과 카프카 그리고 헤세의 문장을 접하면서 뭉클하며 마음을 울린 순간이 많았다. 저자가 번역을 어떻게 하는지 설명하며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전달하는 부분도 저자의 글을 이해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좀 더 오래 인생을 살아온 선배의 지혜를 담은 따뜻한 책이었다. 인자한 할머니의 말씀을 들으며 이런 따뜻하고 단단하며 올곧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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