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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일으킬 용기 - 하루를 살아내는 이들에게 전하는 온기
서효선 지음 / 알파미디어 / 2024년 10월
평점 :
대단한 전문직 자격증도, 엄청나게 잘 팔린 베스트셀러를 남긴 것도 아니지만 꾸준히 살아온 시간의 기록은 여전히 내 자부심이다. 지금와서는 '더 많이 기록해둘걸' 하는 아쉬움이 남을 만큼. 그 순간에는 모르지만 모든 시간은 꾸준히 쌓아올리는 것. 그 자체로도 반짝이는 일이다.
p.18
구두를 대충 사지 말라고 해주고 싶은 또 하나의 이유는 흔들리는 구두가 불안을 만들기 때문이다.
p.20
변명할 기회가 없다 보니 점점 변명하지 않는 것에 익숙해졌다. 세상의 기대치에 눌려 내 입은 굳게 닫혔다.
화장을 지우려고 앉아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살기 위해선 있는 힘껏 나를 사랑하는 수밖에 없다고. 나라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지 않으면, 세상에 완벽하지 않은 나를 사랑하는 존재는 아무도 없을 것 같았다.
'너무 다 끌어안고 살려고 하지 말자. 누가 뭐래도 매 순간 최선이었어.'
p.41
"기자는 어딜 가나 환영받는 직업이 아니야."
순간 내가 기자 일을 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아빠의 말이 생각나 괜히 코끝이 찡했다.
거절당하는 것에 익숙해지는 방법 같은 건 없으니, 너무 그렇게 아무렇지 않으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 많은 거절이 꼭 너를 향한 건 아니었다고, 그저 순간순간 네가 피뢰침이었을 뿐이라고 알려줬으면 조금 덜 아팠을텐데.
pp.85~86
"배울 게 아무것도 없는 시간도 있는 거야. 세상이 나에게 왜 이러나 싶을 만큼 다 안 되는 때가 있어. 그냥 그렇게 흘러가게 둬야만 하는 시간도 있단다."
p.158
"클라이밍은 추락을 피할 수 없어요. 그러니 다치지 않게, 잘 추락하는 게 중요하죠."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면, 어차피 넘어질 수밖에 없는 거라면, 잘 넘어지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래야 또다시 일어설 수 있을 테니까.
p.163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 이것저것 베풀기보다 그저 '1인분'을 해주는 사람이 고마울 때가 많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일 수 없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도 필요하다.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그렇다고 민폐를 끼치지도 않고, 온전히 두 발로 서는 방법을 배워나가는 게 1인분을 해나가는 길이라고 믿는다.
pp.191~192
서효선, <나를 일으킬 용기> 中
+) 이 책의 저자는 기자로 오랜 시간 방송 일을 했던 사람이다. 저자는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았음에도 혼란과 방황, 좌절의 시간을 겪는다. 물론 그런 시간들 틈에서 꿋꿋하게 다시 일어서는 의지와 끈기, 용기 등도 배운다.
이 책은 그런 시간의 흔적을 담아낸 에세이집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자의 일기장처럼 느껴지지만, 읽다 보면 사회 초년생이 겪을 수 있는 복합적인 감정이기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또 한 직장에서 오랜 시간을 버틴 사람 또한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기자 생활을 시작하며 막내로서 성실하게 살아온 저자이기에 일상이 얼마나 힘들었을지는 상상이 된다.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우리가 겪는 수많은 일들에 무수히 상처받고 흔들린다. 하지만 그만큼 배우고 깨닫고 이를 악물기도 한다.
저자 역시 그랬다. 그러면서 저자는 점점 나에 대한 믿음, 나에 대한 사랑, 그리고 '나답게' 혹은 '나다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나를 생각하고 신경 쓰는 삶이 일상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문장에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건 그런 나다움의 요소가 일상을 살아내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공감하고 응원하며 몇몇의 문장들을 곱씹어 읽게 된다.
나를 일으킬 용기는 나에게서 시작되어 나로 돌아오는 모든 지점에서 얻을 수 있다. 나를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사람들에게서도, 내가 걸어온 부지런하고 성실한 길에서도, 좌절해도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 나아가는 순간에서도.
저자의 일기장을 함께 읽으며 저자를 응원하다가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 그런 책이었다. 솔직하게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고 지치면 지친다고 말하는 것, 쉴 때 쉬고 걸을 때 걸어야 한다는 것,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무조건 나를 믿고 사랑해 주어야 한다는 것 등을 자신에게 읊조리게 해준 책이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