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연두 특서 청소년문학 38
민경혜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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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아는 연두를 자신의 시선 밖으로 밀어낸 것이었다. 연두가 눈에 띄지 않는 아이였던 것이 아니라, 실은 채아가 연두를 지워버린 셈이다.

사람들이 오빠를 밀어낸 것처럼. 세상이 오빠를 지워버린 것처럼.

사람들은 장애인을 볼 때 불쌍함을 느끼는 것을 자신이 착한 마음을 가진 것이라고 착각한다. 뭐, 틀린 것은 아니다. 그조차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하지만 채아는 그 '착한 마음'이라는 것이 종종 헷갈렸다. 불쌍하다고 여기는 마음을 가졌다고, 그렇게 스스로 착한 사람이라고 여기는 이들조차 오빠가 가까이 다가가면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다. 그러니까 그 '착한 마음' 안에도 차별은 있다.

pp.29~31

엄마가 사과하면 자신이 나쁜 아이가 된 것 같았다. 오빠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오빠는 그냥 장애가 있을 뿐인데, 엄마의 사과를 받는 자신이 죄인이 된 것 같았다. 너그럽지 못한 아이, 이해심도 배려심도 없는 아이인 자신이 못마땅했다.

p.35

오빠를 등 뒤로 숨기고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이던 엄마, 그런 엄마 뒤에서 겁을 잔뜩 먹고 있었던 오빠. 그렇다, 자폐장애인의 사랑은 미안하고 무서운 것이다.

p.81

"채아! 박채아는! 연두네 반! 연두 친구! 박채아!"

"채아가 연두 친구야?"

"연두 친구! 박채아! 2학년 3반! 채아는 도와줘요! 연두를! 채아는 진짜 친구! 가짜 친구 아니고, 진짜 친구! 연두는! 채아 좋아요!"

pp.120~121

"연두 엄마가 나한테 했던 첫마디는 '미안해요'였어."

"......"

"'미안해요, 우리애는 장애가 있어요'라고."

"......"

"그게 미안할 일은 아니잖아."

"글쎄...... 미안한 일이 아닌데, 미안한 일이야. 미안해서는 안 되는 일인데, 미안한 일이 되어버린 거지. 그냥 그런 일로 만들어 버린 것 같아. 세상이, 사람들이......"

p.130

민경혜, <세상의 모든 연두> 中

+) 이 책이 어떤 내용인지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읽기 시작했다. 초반 10%쯤 읽었을 뿐인데도 이야기에 푹 빠져들 만큼 흥미로웠다. 그러면서 점점 소설 속 내용에 빠져들며 읽을수록 '참 괜찮은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이 작품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소설로, 친구들 사이의 진정한 우정과 사랑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자폐를 갖고 있는 이들을 세상이 어떻게 바라보는가, 또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과 생각이 존재한다.

청소년들만 읽기에는 아깝다고 할 정도로 재미와 감동 그리고 마음을 울리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지혜가 있다. 이 책에는 어른들도 아직 잘 모르는 '사람을 동등하게 대하는 마음가짐'이 무엇인지 담겨 있다.

장애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또 어떤 시선을 갖지 말아야 하는지, 그들을 왜 동등하게 대해야 하는지. 그리고 우정이라는 단어 앞에 아이와 어른의 구별은 없다는 것도 보여주는 소설이다. 진정성이 곳곳에서 묻어나는 소설이었다.

개인적으로 읽는 내내 저자를 칭찬했다. 어찌 보면 참 마음 아픈 소재인데 재미있고 몰입도 높게 풀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또 민감하고 어려운 소재를 공감하기 쉽게 전개하는 구성력도 탁월한 작가 같다.

이 책 한 권을 다 읽고서 많은 생각을 했다. 장애인들을 대하는 것에 차별이 있지는 않았는지, 소설 속 채아의 말처럼 착한 마음속에 차이를 두지는 않았는지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장애인과 그들의 가족에게도 어느새 장애는 미안한 일이 되어버렸다. 세상이, 그리고 사람들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저자는 그런 모습을 너무나 생생하게 그리고 있고, 그래서 마음이 아픈데도 거기서 그치지 않고 현실적으로 작성했다. 읽는 이로 하여금 공감을 넘어선 성찰의 단계까지 나아가게 하는 전개 방식이라고 본다.

소설 속 채아의 말처럼 누구든 동등하게 똑같이 대하는 것이 세상의 모든 연두를 만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차이와 차별, 우정, 장애인을 대할 때의 마음가짐, 장애인과 장애 가족의 마음 등등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 많은 이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

청소년 소설로 한정하지 말고 어른들도 아이들과 함께 꼭 읽어보았으면 싶다. 느끼고 배우고 깨닫는 과정과 더불어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푹 빠져 소설 읽기의 낭만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코 끝이 찡한 소설을 읽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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