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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의 시간 - 나이답게 말고 나답게 살자
이수진 지음 / 원앤원북스 / 2024년 5월
평점 :
억압에서 갑자기 풀려난 사람들이 당면한 변화를 실감하지 못하고 자신을 낯설게 느끼거나 현실감을 상실하는 감정 상태를 '이인증'이라고 한다.
나 역시 10년 내내 자유의 그날을 간절히 꿈꿨건만 훅 하고 찾아든 자유의 순간 내가 느낀 건 그저 얼떨떨하고 떨떠름한 감정, 즉 이인증이었다.
육아에 쏟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더 많은 시간을 일에 매달렸고, 허무를 숨기고자 그동안 미룬 자기계발에 몰두했다. 결핍의 경험 덕분에 일에서 얻는 성취감과 자기계발을 통한 성장 욕구가 얼마나 크고 강력한지 새삼 깨달았다.
pp.31~34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고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모른다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낫다.
하다 보면 해답이 나타날 것이고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
최종 목적지에 도달할 것이다.
- [아미타경 마음공부]
p.40
부모가 된다는 건 자기 삶조차 챙길 능력이 없는 어른아이가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고 다른 이들의 삶을 돌보며 서서히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가 삶의 주체로 성숙해가는 진정한 자아 독립의 여정이 아닐까 싶다.
p.53
기억할 것! 행복한 엄마가 행복한 아이를 키운다
엄마가 행복해질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내 기분, 즉 엄마의 기분이 나빠지지 않을 선택을 하는 것이다. 만일 어떤 선택을 함으로써 내가 손해를 보거나 희생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과감히 내가 기분 좋아지는 선택을 해야 한다. 때론 나의 행복을 위해서 아주 조금은 이기적인 선택도 감행하자.
삶이 피곤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어설픈 완벽주의다. 일도 육아도 내 계획대로 딱딱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내 시간적, 체력적 한계를 알고 명확한 선을 긋지 않으면 하루를 꼬박 새워도 끝이 나질 않는 게 일이고 육아다.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일과 육아 사이에서 함몰되어 먼저 자신을 갈아 넣는다.
자신에게서 끝나면 다행인데 피곤하고 지치니 일, 육아, 살림 모두 버거워진다. 이내 짜증이 올라오고 분노와 원망의 감정이 생긴다.
pp.98~99
지금 이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칭찬하기 / 번아웃 커밍아웃하기 / 삶이 보내는 신호를 예의주시하기 / 때때로 눈치코치 없어지기 / 내게 먼저 다정해지기 / 몸과 마음의 맷집을 단단하게 / 나다움의 정의를 찾아라 / 매일 조금씩 꾸준히 성장하라 / 힘들 땐 잠시 멈춰도 괜찮다 / 평생 즐길 업을 찾아라
pp.124~127
시기 어린 순간은 지금도 날아가고 있으니.
바로 지금, 우리가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말하는 동안에도.
미래에는 가능한 한 적은 믿음만을 가지고 살아라.
- 호라티우스, [송가]
그렇게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살다보면 그런 일도 있는 법이죠.
세월이 흐르면 다 잘 풀릴 겁니다.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에요.
- 존 윌리엄스, [스토너]
pp.208~210
인생에 틀린 길은 없다. 다만 선택이 있을 뿐이다.
갈까 말까 망설일 땐 가고, 할까 말까 망설일 땐 한다. 갈까 말까 망설인다는 건 가고 싶다는 뜻이고, 할까 말까 망설인다는 건 하고 싶다는 뜻이다.
불확실하고 변화무쌍한 인생길에서 후회 없는 선택이란 없다. 모든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따르기 마련이니 결국 내가 원하는 걸 선택하는 게 옳다.
pp.212~213
이수진, <마흔의 시간> 中
+)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약 10년간 온 힘을 쏟아붓던 저자에게 어느 날 갑자기 한 두 시간의 여유가 생긴다. 그런데 바쁠 때마다 간절히 바라던 그 시간을 저자는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라서 당황스럽고 공허함을 느낀다. 이 책은 바로 그 순간에서 시작된다.
일이든, 육아든 그 무엇이든 열정을 다해 본인의 에너지와 시간을 갈아 넣는 사람들이 있다. 자의든 타의든 그들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던 상황에서 그들은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한 두 시간의 여유가 생겼을 때 큰 공허함과 상실감을 마주하곤 한다.
저자는 그런 감정 상태를 이인증이라고 언급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인증을 경험한 순간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누구든 꽤 오래 몰입의 시간을 보내다가 평소 원하던 자유 시간이 주어졌을 때 어찌할지 몰라서 당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 우리는 이인증의 감정에 당황하고 혼란스러워한다. 그러나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 무엇이든 하려고 시도한다.
변화는 늘 예고 없이 찾아오고 그런 삶의 변화를 어떤 자세로 맞이하는 것이 좋은지 저자는 언급한다.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을 때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본인의 아이를 행복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자신부터 행복한 엄마가 되도록 스스로를 위한 선택을 한다.
되도록 자신을 챙기며 행복하게 만드는 선택을 하며, 삶에서 숨을 고르는 시간을 마련하고 번아웃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한다.
정기적인 운동, 건강한 식생활, 편안한 수면, 그리고 스스로를 위한 일상의 루틴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며 취미 생활도 갖고 독서나 글쓰기 등으로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의미 있다.
이렇게 이 책은 변화가 많은 삶에서, 나답게 행복하게 사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저자처럼 그 시작이 마흔일 수도 있겠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인생의 전환점이 필요한 때를 기점으로 삼아도 좋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진솔한 표현에 공감한 부분이 많았다. 지난 삶을 돌아보며 혼란과 공허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도 느꼈으며,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어떤 노력을 해왔는가도 되짚어 보았다. 저자의 말처럼 아주 잠시라도 스스로를 챙기는 시간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가르쳐 준 책이라고 느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