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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 노인들의 일상을 유쾌하게 담다 ㅣ 실버 센류 모음집 1
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포푸라샤 편집부 지음, 이지수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1월
평점 :
당일치기로
가보고 싶구나
천국에
- 사이지 요코, 여성, 미야기현, 일흔한 살, 무직
p.6
종이랑 펜
찾는 사이에
쓸 말 까먹네
- 야마모토류소, 남성, 지바현, 일흔세 살, 무직
p.9
세 시간이나
기다렸다 들은 병명
"노환입니다"
- 오하라 시즈코, 여성, 니가타현, 예순다섯 살, 무직
p.11
일어나긴 했는데
잘 때까지 딱히
할 일이 없다
- 요시무라 아키히로, 남성, 사이타마현, 일흔세 살, 무직
p.17
물 온도 괜찮냐고
자꾸 묻지 마라
나는 무사하다
- 남성, 기후현
p.31
'미련은 없다'
말해놓고 지진 나자
제일 먼저 줄행랑
- 히로카와 도시오, 남성, 지바현, 여든네 살, 무직
p.46
젊게 입은 옷
자리를 양보받아
허사임을 깨닫다
- 쓰무라 노부유키, 남성, 도쿄도, 일흔한 살, 무직
p.55
찾던 물건
겨우 발견했는데
두고 왔다
-하라 슌이치로, 남성, 여든 살, 무직
p.63
일어섰다가
용건을 까먹어서
다시 앉는다
- 시부야 후미에, 여성, 미야기현, 서른일곱 살, 무직
p.70
이름이 생각 안 나
'이거' '저거' '그거'로
볼일 다 본다
- 시바타 도시코, 여성, 아이치현, 쉰한 살, 주부
p.82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 다카키 마슈, 후쿠오카현, 일흔다섯 살, 회사원
p.97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中
+) 이 책은 일본 실버 센류(짧은 시)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들을 모아 엮은 시집이다. '센류'는 일본의 정형시 중 하나로 5-7-5의 총 17개의 음으로 된 짧은 시를 말한다.
주로 풍자나 익살이 특색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웃프다'라는 표현이 어떤 건지 가슴 깊이 와닿는다. 처음에는 시집 제목이 재밌어서 읽기 선택한 것인데 읽다 보니 재미도 있지만 깊은 슬픔과 씁쓸함도 있기 때문이다.
실버 센류는 어르신들이 유료 실버타운에 머물면서 그분들의 일상 속 여러 모습들을 담아낸 시이다. 난감한 상황을 농담처럼 유쾌하게 표현한 시들이 많아 읽는 내내 웃었던 순간이 많다.
하지만 또 그만큼 우리의 미래이기도 하고, 우리 부모 세대의 모습이기도 해서 안쓰러우면서 안타깝기도 했다.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의 생활이 짧은 시구절에 잘 제시되어 있고,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짧지만 깊이 있는 문장으로 담아냈다.
어르신들의 진정성이 담긴 시라 몇 번을 곱씹어 읽었다. 그리고 유쾌한 웃음을 끌어내는 시들이 많아서 즐겁게 읽었다. 이분들의 시처럼, 나이 들어 생긴 그들의 어려움을 가볍게 웃음으로 넘길 수 있길 바라면서 말이다.
어르신들의 일상을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고, 어르신들의 마음을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던 책이었다. 그렇기에 노인들만큼 젊은 사람들이 읽는다면 서로에게 더 좋은 관계를 만들어 주는 기회가 되리라고 느꼈다.
짧은 시로 많은 것을 담아내어 인상적이었고, 또 귀여운 내용에 즐거웠으며, 순간순간 감동을 주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짧은 시의 매력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 유쾌한 시를 읽으며 시원하게 웃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