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위의 아이들 라임 청소년 문학 64
남예은 지음 / 라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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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아빠와 논에서 수도 없이 봐서 익숙해질 법한데도 싫은 건 싫은 채로 있을 뿐 여간해서 좋아지지 않는다.

언제나 지렁이에 질색하는 나를 보고 아빠가 말했다.

"얘도 살려고 그러는 거야. 로운아, 말에는 힘이 있어. 그러니 밉다고만 하지 말고 예쁘다고 말해 봐."

p.9

"한 발짝 떨어져 봐, 로운아. 그것도 자꾸 해야 늘어. 다 마음의 문제더라고."

p.49 [나쁜 사랑]

미혼모. 그들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다. 아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좋고 나쁨의 기준으로 판단을 당한다. 이 불편한 상황이 코르셋보다 더 배를 옥죄어 온다.

p.79 [코르셋]

"다 좋으니 진실만 말해 줘.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아야 맞는 거잖아."

그러게. 나쁜 짓을 한 건 저 아이가 아닌데...... 우리가 벌을 받아야 되는데. 영수는 죽어 버렸고, 기호와 나는 벽난로 앞의 개처럼 편안했다.

너무 편안해서 너무 불공평하다. 나는 거짓말을 했다. 기호도 거짓말을 했다. 정말 모두가 나의 말을 믿었을까. 믿고 싶은 것만 믿고 있는 건 아닐까.

그게 나를 안심하게 만들면서도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제 나의 형벌이 시작되었다. 앞으로도 계속 거짓말을 이어 가야 하는.

p.126 [선 위의 아이들]

남예은, <선 위의 아이들> 中

+) 이 책에는 청소년들의 고민과 혼란, 걱정 등을 담은 총 네 편의 단편소설들이 담겨있다. 청소년 소설집이라 말할 수 있다.

여자친구와의 이별로 힘든 주인공이, 현실적 상황때문에 떨어져 지내면서 마음의 거리도 멀어진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고민하는 [나쁜 사랑],

미혼모의 딸로 태어났지만 본인도 미혼모의 길로 들어설 것 같아 괴로운 주인공, 책임있는 선택이 어떤 것인지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담은 [코르셋]

학교 폭력을 당하는 친구를 돕지 못하고 방관하며 가해자를 위한 거짓말을 해서 자기 내면에 갇혀 힘들어하는 주인공이 그 틀을 깨고 나오는 과정을 보여준 [선 위의 아이들]

자기 가족의 폭력으로 친구의 가정을 망치게 되서 죄책감이 큰 주인공이 그 친구를 만나 사과하는 모습을 담은 [지하철 1호선]

이 네 편의 작품은 청소년들의 당혹스러웠던 순간, 어리석은 선택, 후회, 자책 그리고 반성, 성찰, 새로운 희망을 잘 표현했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기에 어른들의 시선에서 그들이 내리는 선택을 바라보며 깊이 몰입할 수 있는 소설집이었다.

때로는 그들의 선택에 안타까워하고 때로는 그들을 응원했다. 청소년들이 읽어도 생각할 거리가 많은 묵직한 소재들이지만 무겁게 그린 것이 아니기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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