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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 번의 다이빙 ㅣ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8
이송현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7월
평점 :
기껏해야 조기 축구회에서 골대를 지키던 아빠가 다이빙에 인생을 걸게다고 선언한 것은 나 때문이었다.
"방어를 인생의 미덕으로 알던 내가 공격을 이해하게 된 것은 다 내 아들 때문이지."
20%
전쟁과 직면한다는 것이 어떠 것일지 상상조차 할 수 없지만 세상이 거꾸로 뒤집힌 느낌이 아닐까. 나로서는 엄두도 못 낼 용기였다. 그러나 기창 할아버지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듯 호기롭게 웃기만 할 뿐이었다.
"대단할 것 없어요. 우리 모두 용기 있는 것이지. 산다는 건 용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야. 제각각 생김새가 다르듯이 우리에겐 각자한테 어울리는 용기가 있지."
38%
"박스 접듯이 공장을 접은 거야. 망한 것이랑은 다르지. 그러니까 무원이 넌 하던 대로 다이빙 열심히 하고, 엄마는 집안일하고, 나는 박스 대신 다른 일을 알아보면 되는 거지."
아빠 말을 듣고 있으면 인생사 별것 아니다.
47%
"왜 아무것도 안 물어요?"
"내가 너한테 뭘 물어? 넌 나한테 대답할 거나 있고?"
64%
"쿨한 척했지만 시기와 질투가 늘 엉망으로 뒤섞여 있던 나이였지. 열일곱, 열여덟은 그런 나이야. 잘하고 싶은데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그런데 어느 날 나보다 못한 녀석이 갑자기 치고 올라오는 걸 보며 애써 외면하지. 우연이야. 쟤 우연일 거야, 이번은. 그런데 그게 우연이 아니란 걸 깨닫는 순간 멘탈이 예상치 못한 순간에 산산조각 나는 거지. 어제까지 친구가 동료였는데 꼴도 보기 싫고. 분명 상대방 잘못이 아닌 것을 뻔히 아는데도 마음이 아직 여물지 않아서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거야."
"그런데 웃기는 건 다이빙했던 십 대 때나 지금이나 시기와 질투는 늘 따라다녀. 왜 그런지 아냐? 잘 살고 싶거든. 기왕 사는 인생, 뭐든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런 거야. 그러니까 너나 재훈이나 다들 잘하고 있는 거야. 지금."
66%
이송현, <일만 번의 다이빙> 中
+) 이 책은 다이빙 선수들의 열정, 긴장감, 부담감과 선수들 간의 질투, 미안함, 경쟁심, 열등감 등을 잘 담아낸 소설이다. 고교 다이빙 선수들의 일상과 그들의 내면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는데, 이는 다이빙이라는 종목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학교라는 공동체에서 우정만큼이나 빨리 터득하게 되는 경쟁 관계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각자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도, 결과적으로는 옆자리의 선수와 비교가 되는 상황.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누군가에게는 열등감이 생기고 누군가에게는 안도감이 든다.
하지만 그들이 느끼는 건 각자의 생각일 뿐이지 상대방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그 열등감과 경쟁심은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작가는 잘 드러냈다.
홀로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길에 서 있는 또 다른 인물인 구본희가 있다. 보육원 출신으로 오로지 혼자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그녀는 밝고 싹싹하지만 선을 확실히 긋는 아픈 성격이다. 그런 그녀가 무원의 가족을 만나 같은 집에 살지 않아도 어떻게 가족이 될 수 있는지 배우고 알게 된다.
이 소설은 친구들 간의 시기와 질투만큼이나 청소년 개인이 감당해야 할 심적 부담감을 잘 포착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넘어지고 아파하고 일어서면서 한 걸음씩 성장하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지금의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를 준다.
더불어 어떤 목표를 갖고 꾸준히 노력할 때, 주위의 동료를 선의의 경쟁자이자 친구로 여기는 쿨한 자세가 인생을 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걸 가르쳐 준 책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