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1
마치다 소노코 지음, 황국영 옮김 / 모모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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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는 다정한 말투로 "사람의 속마음은 원래 알기가 어렵잖아." 하고 말했다.

"표정이나 말투만으로 판단하면 큰 착각을 하게 되지. 그럼 대체 뭘로 판단하나 싶겠지만, 내 생각에는 행동 아닐까 싶어. 우라타 씨는 정말로 우리 가게에 오는 게 즐거우셨을 거야. 그도 그럴게, 매일 제일 먼저 오셨잖아. 노미야한테 이런저런 뾰족한 말을 했던 것도 분명 우라타 씨 나름의 응원이었을 거야."

17%

"포기할 줄 아는 것도 중요한기다."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작품? 그거야 말처럼 쉽지 않겠지. 그렇지만 적어도 두 사람이 벌써 네 작품을 좋다고 하잖아. 그런 사소한 건 필요 없나?"

지나치게 이상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되받아치지 못했다.

32~33%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뭐라고 하든 난 괜찮아. 남의 눈치를 보는 것보다 중요한 일들이 있으니까. 그런 하찮은 이유로 소중한 것들에 소홀했다가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아."

42%

"자기 맘에 안 든다고 이렇게 성질부리는 버릇도 고쳐. 더 심한 분노나 폭력으로 되돌려 받는 날이 반드시 올 테니까."

또다시 손을 올리려던 미즈키가 마지막 순간에 멈춘다.

"나를 나쁜 사람 만들어서 너희의 죄책감이 없어진다면, 좋을 대로 해."

48%

"우리가 같이 산 게 벌써 몇십 년인데. 내가 당신을 그렇게 키웠듯 나 역시 당신 손에 길러진 부분이 있어. 부부란 원래 서로 키우는 거니까."

64%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는 건 의외로 쉽지 않아."

77%

마치다 소노코,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中

+) 이 소설은 조용한 항구의, 노년층이 모여 사는 빌딩 1층에 존재하는 편의점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곳에는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묘한 매력을 지닌 '시바' 점장님이 있다. 남녀노소 모두가 그의 선한 매력에 빠지게 되면서 편의점은 늘 사람들로 붐빈다.

편의점이 입점한 건물은 노년층이 모여 살기 때문에 이들은 대부분 편의점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시바 점장은 그 점을 배려해 편의점 음식을 다양하고 영양가 있는 제품들로 구성해놓고, 만약을 대비해 비상약은 물론 1인 가구의 살림에 꼭 필요한 것들을 구비해둔다.

이 편의점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각자 다양한 사연을 갖고 있는데, 이들의 만남은 편의점을 배경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책에는 6편의 연작 소설들이 실려 있는데, 독립된 이야기 같지만 편의점이라는 큰 줄기로 연결되어 있기에 한 편의 장편소설처럼 읽을 수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잔잔한 일본 영화가 떠올랐는데, 이 소설은 영화로 만들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분량도 꽤 긴 편이고, 각각의 이야기를 엮어 옴니버스식으로 만들면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실제 이런 편의점이 존재한다면 어떨까. 형식적이고 규격화된 도시락이 아닌, 1인 가구와 노년층을 위해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구성과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꽤 효율적일 것이다.

또 이 소설처럼 개인주의적으로 살아가는 듯하면서, 갑자기 보이지 않으면 은근히 서로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따뜻한 정을 느꼈다. 이런 삶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오히려 미래 사회는 편의점처럼 단시간 방문하는 곳에서, 매일 얼굴을 보는 사람들이 이웃이 되지 않을까. 파편화된 일상에서 친분을 쌓기란 어렵지만 의외의 장소에서 인간미 넘치는 이웃을 만날 수도 있다는 걸 이 소설을 읽으며 생각했다.

청소년들이 보기에도 어렵지 않다. 그들만의 성장기 고민을 함께 생각해 볼 기회도 되고, 가족의 의미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소설인 듯하다. 후반부로 갈수록 흡입력이 있어 속도가 붙는 작품이었다. 따뜻한 영화 한 편을 본 듯 즐겁게 읽으며 사람에 대한 작은 희망을 싹 틔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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