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 문장의 기억 (양장본) -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하여
박예진 엮음, 버지니아 울프 원작 / 센텐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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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해질지도 모르지만 행복해질지도 몰라요. 수다쟁이 감상주의자가 될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책 속의 글자 하나하나를 활활 타오르게 할 그런 작가가 될지도 몰라요."

p.16

- 소설은 거미줄과 같아서 아주 가볍게 붙어 있는 것 같지만, 여전히 삶의 네 귀퉁이에 붙어 있습니다.

- 글을 쓰는 사람이 자신의 성별을 의식한다는 것은 치명적입니다. 의식적인 편향을 두고 쓰는 글은 소멸하기 마련입니다.

p.32

- 당신이 쓰고 싶은 것을 쓰는 한, 그것이 전부입니다.

p.36 [자기만의 방]

- 당신은 내가 어떤 말을 할 때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에 대해 가장 희미하게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유일한 사람이에요.

p.55 [출항]

- 날 믿어요, 캐서린, 당신은 이 시절을 돌아보게 될 거예요. 당신은 당신이 했던 모든 바보 같은 말들을 기억하게 될 거예요. 그리고 당신의 삶이 그 말들 위에 세워졌다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 삶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사랑에 빠져 있을 때 우리가 하는 말들 위에 세워집니다.

p.92 [밤과 낮]

- 하지만 마음이 얇아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배제되지 않는 순간이며, 우리가 아주 큰 거품을 불어낼 수 있다고 상상할 수 있을 때, 해가 그 안에서 지고 떠오르고, 우리는 정오의 푸른색과 자정의 검은색을 삼켜버릴 수 있으며, 이곳과 지금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탈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실에서 벗어난 자유로움에 대한 무한한 열망을 의미)

p.164 [파도]

- 어떤 조각이든 당신이 원하는 대로 배열하세요.

- 그래요, 난 봄을 맞을 자격이 있어요. 아무에게도 빚진 게 없거든요.

p.191 [버지니아의 일기]

박예진 편역, 버지니아 울프, <버지니아 울프, 문장의 기억> 中

+) 이 책은 소설가인 버지니아 울프의 13작품 중에서 인상적인 구절을 모아 엮은 것이다. 우리가 흔히 어떤 작가의 문장에 매료되면 인상 깊은 구절들을 따로 기록해두듯, 이 책을 엮은 이도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에 매혹되어 마음을 울리는 문장들을 따로 모아두었다.

이 책은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들을 경향 별로 묶어서 담백한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영어 원문과 엮은 이의 번역본을 함께 수록하고 있기에 영어 문장과 번역문을 같이 읽으며 독자에게 다시 한번 그 문장들을 음미할 기회를 준다.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을 비롯하여 에세이, 그리고 타인과 주고받은 편지글까지 골고루 접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소설과 에세이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책에서 만난 인상적인 구절들을 살펴보며 우선순위의 작품을 정할 수 있었다.

작가의 생애와 작품들에 대한 간단한 해설이 들어 있어서 버지니아 울프의 가치관과 작품 경향을 짐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유명한 작가라 기존에 풍문으로만 들었던 내용을 이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버지니아 울프의 올곧은 성 평등의 관점도 의미 있게 다가왔지만, 글쓰기에 대한 저자의 확고한 마음가짐과 자세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스스로 어떤 잣대를 가져야 하는지 명확히 정한 작가 같았고, 솔직하고 담대한 표현을 막힘없이 써내는 용기 있는 작가라고 느꼈다.

버지니아 울프의 다른 작품들을 완성본으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책이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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