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초능력 찾기 저스트YA 7
이진 외 지음 / 책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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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만한 애는 아니었는데......"

담임 선생님의 혼잣말이 밥 먹다 목에 걸린 생선 가시처럼 가슴을 후비고 들어왔다. '그럴 만한 애'란 어떤 애일까?

"솔직히 그럴 것 같았어."

2교시가 끝나자 반 아이들이 떠들어 댔다. 쟤들은 지난 금요일까지만 해도 그 애 이름이 '주'로 끝나는지 '수'로 끝나는지 몰랐을 애들이다.

그리하여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그 애는 '그럴 만한 애'로 다시 태어났다.

p.10

"걱정되니까 그러지. 너도 진주 친구이면서 걱정이 안 돼?"

"걱정이 뭔데? 저마다 자기 갈 길이 있고 선택은 스스로의 몫이야."

p.39 이진, [동물어 듣기 평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미래를 볼 수 있는 초능력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다행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내 미래는 내가 결정할 수 있어서.

p.76

"내비게이션 찍을 때 목적지보다 더 중요한 게 뭔지 알아?"

"지금 내가 서 있는 위치야. 위치를 알아야 목적지까지 가는 최단 경로를 안내해 줄 수 있어."

p.114 탁경은, [알고 싶다, 알고 싶지 않다]

"저기, 부탁 하나만 해도 돼?"

꽥이 말했다.

"괜찮다고, 괜찮아질 거라고 좀 해 주면 안 될까?"

"내가 왜?"

p.163

내 안 깊은 곳에서 근원과 성분을 알 길 없는 힘이 솟아 나와 손끝으로 몰려들었다. 그 힘이 나에게 대답하라고, 말하기 싫은 진실을 말하라고 요구했다.

"응, 괜찮아질 거야."

"고마워......"

p.172 하유지, [치유자 심도담과 호랑이 메시아]

정윤채는 이야기에는 관심을 끄는 힘이 있다고, 그건 사람을 끌어당기고 붙잡아 놓고 가끔은 공상을 현실로 만든다고 말했다.

p.202

"참 재밌죠. 당사자가 하는 소리는 절대 안 믿으면서 자기들이 지어낸 이야기는 철석같이 믿으니까. 그런데 제일 재미있는 건,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누군가의 상상은 실제로 일어난 사건으로 변하고 진실은 꾸며 낸 이야기가 되어 버린다는 거죠."

p.219 단요, [상상하는 일]

이진, 탁경은, 하유지, 단요, <숨은 초능력 찾기> 中

+) 이 책은 각기 다른 초능력을 지닌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 소설집이다. 동물의 언어를 이해하며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 조금만 스쳐도 상대의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 아픈 곳에 손을 대고 치유할 수 있는 능력, 무엇이든 상상한 것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초능력이란 유익한 힘이라고 믿고, 막연히 그 힘을 지닌 사람들의 삶은 평범한 사람들보다 더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남들과는 다른 힘을 지닌 사람들이 얼마나 평범한 일상을 꿈꾸는지 알게 되었다.

남과 다르다는 점은 '능력'이나 '개성'이 될 수도 있지만, '차별'이나 '편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이 소설에서는 그런 이중적 잣대가 잘 드러나 있다.

초능력을 지닌 인물들 스스로 혼란과 내적 갈등을 겪으며 평이해지려고 애쓴다. 그리고 그 주변인들 또한 특이하게 보던 시선을 서서히 거두고 그들을 특별하지 않은 친구로 받아들이게 된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소설로 네 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꼭 초능력이라는 소재에 집중해서 읽을 필요는 없다. 물론 그 부분에 몰입하면 신선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맞지만 다른 좋은 점도 있다.

이를테면 청소년들이 겪는 고민과 방황, 걱정 등을 사실적으로 그리면서, 그와 동시에 헤쳐나갈 방향과 돌파구를 찾아내는 힘 등도 잘 담아냈다. 그렇기에 남과 다르다고 생각해서 고민하는 아이들에게 가볍게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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