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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쓰인 한국사의 결정적 순간들 - 당신이 몰랐던 반쪽짜리 한국사
최중경 지음 / 믹스커피 / 2023년 11월
평점 :
논리적 추론으로 왜곡의 여지를 탐색하고 추가 사료를 발굴해 승자의 왜곡을 시정하고 올바른 역사를 정립하는 건 후세를 사는 우리의 의무라고 할 수 있다.
역사를 지배하는 힘의 논리를 외면하고 선악의 논리를 앞세워 사실과 인과관계를 왜곡함으로써 엄중한 책임을 회피하는 역사 서술 방식도 더 이상 방관하면 안 된다.
p.7
1936년 3월 백성에게 내린 유시에 인조의 복잡한 심리가 잘 드러나 있다. 만주족 사신이 '후금국이 청나라로 청제건원하고 홍타이지가 황제로 즉위함'을 알리려고 왔을 때 사신들을 내쫓고 내린 유시다.
"강약과 존망을 헤아리지 않고 의로운 결단을 내려, 서울 사람들은 전쟁의 참화가 눈앞에 박두했음을 알면서도 오히려 오랑캐를 배척하고 거절한 것을 통쾌하게 여기고 있다. 충의로운 선비는 각자의 책략을 다하고 용감한 사람은 종군을 자원해."
국가가 망해도 전쟁을 해야 하고 국민이 처참하게 깨져 나가도 명분을 지키는 게 옳으니 각자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준다.
pp.49~50
만절필동(萬切必東)으로 대변되는 소중화론의 망령은 조선이 망하는 날까지 조선 조정을 사로잡으며 청나라를 멀리하는 비현실적 형태로 일관했다. '만절필동'은 황하가 굴절이 심해 방향이 바뀌어도 결국 동쪽으로 흐른다는 의미로 '순리대로 된다' '정해진 대로 된다'라는 뜻이다. 하지만 선조가 명나라의 구원을 계기로 명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는 뜻으로 '만절필동 재조번방'이라고 쓴 이후 조선 사대부에겐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명나라를 향한 충성심에는 변화가 없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pp.55~56
조선의 해금정책은 결과적으로 동아시아 무역을 일본이 주관하게 해 일본의 국력이 강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조선이 동아시아 무역에 적극 참여했더라면 일본이 나서기 어려웠을 것이며 유럽 국가들과 교류할 기회를 활용해 세계사의 흐름을 읽고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쌓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p.72
조선은 엔진은 있지만 핸드 브레이크가 걸려 있어 제 속도를 내지 못하는 자동차여서 시간이 지날수록 뒤쳐질 수밖에 없는 국가 지배구조를 갖고 있었다.
p.265
최중경, <잘못 쓰인 한국사의 결정적 순간들> 中
+) 이 책은 삼국시대 말부터 조선 후기까지, 우리나라 역사의 몇몇 장면들에 의문을 제기하고 가설을 설정하며 다른 방향을 선택했다면 역사의 흐름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예상하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역사적 사실을 담아내면서, 저자의 주관적인 생각과 의견이 반영된 설명도 함께 제시했다. 저자는 특히 이 책에서 우리나라 역사에서 잘못 쓰인 부분과 중요한데도 전혀 언급하지 않은 부분을 찾아 이야기한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외세와의 관계에 주목하며 우리나라 지배층들이 어떤 선택을 내렸는지 보여준다.
또 그 선택의 미흡함을 구체적으로 나열하며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지 혹은 그 선택의 이유에 대한 숨겨진 의도 등을 짐작해본다.
우리는 역사를 바라볼 때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야 한다고 배웠다. 그 과정에서 역사적 자료, 즉 사료의 가치가 굉장히 중요하지만, 사료를 해석하고 연구하는 학자의 태도와 그것을 비판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우리의 자세도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것이든 한쪽 방향만 생각하기보다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비판적인 시선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수많은 역사적 사건에 우리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느꼈다.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고자 노력하고 적합한 해석과 올바른 방향을 찾으며 현재의 삶에 적용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