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타 버린 것은 아니야 미래그래픽노블 12
제이슨 레이놀즈 지음, 제이슨 그리핀 그림, 황석희 옮김 / 밝은미래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왜 뉴스는 주제를 바꾸지 않는지

왜 주제가 다른 것으로 바뀌지 않고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느니

세상을 대하는 방식이나

서로를 대하는 방식이

바뀌지 않는단 말만 하는지

ㅡ [숨 하나] 中

이 자유를 위한 싸움이라는 것이

나처럼 생긴 누군가가 주먹을 치켜들어

바람을 향해 휘두르는 느낌

ㅡ [숨 하나] 中

콜록 또 콜록 또 콜록 또 콜록 또 콜록 또 콜록

그때 엄마는 텔레비전을 응시하며

상심을 꾹꾹 눌러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막으려 애썼고

ㅡ [숨 둘] 中

왜 뉴스는 주제를 바꾸지도 않고

우리가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안전거리를 유지하지 않거나

손을 씻지 않아서

병을 치유할 수 없다고만 하는지

ㅡ [숨 둘] 中

산소마스크는

엄마의 입가에 숨겨져 있을 수도

동생의 뿅뿅 소리에 있을 수도

여동생의 희한한 손글씨에 있을 수도

ㅡ [숨 셋] 中

제이슨 레이놀즈, <모두 타 버린 것은 아니야> 中

+) 이 책은 꽤 두꺼운 책이지만, 그 안에 수록된 문장은 단 3문장이다. 숨 하나, 숨 둘, 숨 셋의 구성으로 제작되어, 답답한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선을 잘 담아냈다. 그리고 그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른들의 성찰이 요구되는 지점도 만날 수 있다.

한 장 한 장 코딩지에 정성스럽게 그린 그림들 사이로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서술자의 구절이 지나간다. 한 권의 책을 뛰어넘어서 한 편의 예술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던 의도를 잘 살린 책이다. 그 물리적인 무게만큼이나 책에 담긴 내용의 무게감도 가볍지 않다.

매 장 수록된 구절들은 결국 세 문장으로 이어지고, 그건 다시 하나의 글로 완성된다. 인종 차별에 대한 비판적 시선과 코로나19로 답답한 세상의 무기력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소마스크로 묘사되는 작은 희망의 씨앗이 담겨있다.

순서대로 책을 다 읽어보고, 혹시 마지막 장부터 거꾸로 읽어보면 어떨까 싶어서 거꾸로도 읽어보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거꾸로 책을 읽어도 그 흐름과 의미가 흩어지지 않고 한곳에 모이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아이들에게 세상은 반성과 성찰 그리고 작은 희망이 순환되는 구조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에 담긴 그림 이미지가 문장의 의미와 연결되어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그림들이 해당 구절의 바탕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이는 배경이라기보다 또 다른 의미를 만드는 역할을 했다고 느꼈다. 그림만 따로 쭉 살펴보아도 흥미롭다.

이 책을 청소년 소설 혹은 어린이 문학으로 분류했지만, 사회문화 계열로 여겨 어른들이 읽고 대화를 나누어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언론의 각성을 요구하거나, 차별화된 문화에 길들여진 사람들을 비판하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소소한 희망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잘 묘사한 책이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