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쿠다 사진관
허태연 지음 / 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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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행복을 지켜보는 건 정말 지루해."

어느 날, 일기장에 그렇게 쓰고 제비는 사진관을 그만뒀다.

2%

"확실치 않은 일은 하지 마라. 그게 사회생활이 기본이야."

제비는 함께 일한 사진사의 말투를 따라하며 진저리쳤다.

5%

"자기 실력을 평가하는 것은 좋아. 하지만 비교하는 것은 나쁘다." 석영이 말했다.

"사진은 단지 보는 것에 그쳐선 안 된다고 스테판 거츠는 말했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상상하게 하고 탐구하게 하는 거, 그런 게 좋은 사진이라고 나도 생각해. 스테판 거츠같이 훌륭한 작가는 관람자들을 행동하게 하지. 오늘, 네 사진도 그랬어."

23%

"언니, 물꾸럭 신을 믿어요?"

눈살을 찌푸리고 양희가 쓰게 웃었다.

"네 뜻으로 신앙을 가져. 다른 사람 뜻을 묻지 말고."

50%

"모두 똑같이 사랑한다고 부모들은 말하지만, 조금 더 사랑하는 자식이 있게 마련이지. 나도 그렇네."

"하지만 자네 그걸 알아야 해." 남자가 말했다.

"덜 사랑하는 자식이라도,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사랑한다네. 부모의 마음이란 그런 거야."

57%

오랜만에 느낀 그 책임감이 제비는 싫지 않았다. 어린이집에서 일할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행복한 가족과의 여행도 걱정만큼 나쁘지 않았다.

'감당할 만한 책임이라서 그런 걸까?'

79%

"난 교수님이 좋아 지질학을 택했어요. 그건 교수님이 내 인생에서 처음 본 어른, 제대로 된 어른이었기 때문이니까."

"그날, 나는 거츠 선생한테 말했어요. 뜨거운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용암류 연구를 하는 거라고. 하지만 집에 가 생각하니 그건 틀린 말이데요. 내가 좋아하는 건 식어서 굳은 것들이니까. 그 뜨거움의 세례를 견딘 것들이니까. 나는 그 다양한 형태의 냉정을 살펴봐요. 나도 그렇게 형태를 남기려고요."

93%

허태연, <하쿠다 사진관> 中

+) 이 책은 사진관 일을 그만두고 막연하게 제주도로 여행을 떠난 주인공이 하쿠다 사진관에 들르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 제비는 제주도 여행을 즐기고자 떠났지만 본인의 상상과는 달리 많은 것을 즐기지 못해서 아쉬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여행 경비도 거의 다 떨어졌고, 불쾌한 사람과 부딪치며 떨어진 휴대전화도 고장나서 비행기 예약이나 숙소 예약조차 할 수 없었다. 딱 그때 하쿠다 사진관을 보게 되면서 제비의 제주도 일상이 펼쳐지게 된다. 새로운 일상이 펼쳐진다.

이 소설에는 제주도 방언을 구사하는 해녀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방언을 그대로 적고 표준어로 풀이하는 방식으로 소설을 썼다. 많은 부분은 아니지만 방언이 쓰여서 그런지 이 소설을 읽고 있으면 제주도를 더 가까이에서 접하는 현장감이 느껴진다.

주인공 제비가 머무른 바닷가 마을이 떠오르고, 해녀 할머니들의 구수한 방언과 낯선 이에 대한 마음 사람들의 경계 어린 표정도 상상이 된다. 읽을수록 꼭 제주도의 분위기가 느껴져서 꼭 그들과 함께 여행을 떠난 기분이었다. 그리고 사실적으로 그려냈기에 솔직한 작품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소설에는 여러 가지 사연을 갖고 제주도를 여행하는 사람들도 있다. 제비가 그들을 만나면서 배우고 깨닫고 느끼는 과정들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사람들이 간직한 사연을 들으면서 사진으로 그들을 위로하는 하쿠다 사진관의 석영과 제비의 모습에 위안을 얻었다.

또 대왕물꾸럭마을 축제를 준비하는 제주도 사람들의 경건한 마음이 너무나 이해된 작품이었다. 바다를 신성하게 여기고, 바다의 생물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그들의 마음이 요즘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며 되새겼다.

한 편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도 좋을 소설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만큼 다양한 연령층의 독자들이 이 작품을 읽기에 적합한 내용이다. 생각할 꺼리가 많은 작품인데도 쉽게 풀어냈기에 부담이 없다. 특히 청소년들이 읽으면서 '책임'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요소가 많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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