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펭귄클래식 2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마이클 헐스 작품해설, 김재혁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내가 여태껏 늘 그래 왔듯이 운명이 던져준 한 줌의 불행을 곱씹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말일세. 나는 현재의 순간만을 즐기고 한번 지나간 일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을 작정이네. 정말이지 자네 말이 맞았네. 친구여. 우리가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서 과거의 불행했던 기억을 되살리는 일에 매달리지 말고 ㅡ 우리 인간들이 왜 이렇게 생겨먹었는지는 하느님만이 알 걸세. ㅡ 현재의 삶을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우리가 받는 고통은 더 적어질 걸세.

5%

대부분의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 일하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어쩌다가 여분의 자유라도 생기면 불안해서 어쩔 줄 몰라 하며 거기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치는 법이거든. 아, 인간의 운명이란!

7%

'우리는 하느님이 우리를 대할 때처럼 아이들을 대해야 한다. 하느님이 우리를 가장 행복하게 할 때는 우리가 그냥 행복한 망상 속에서 춤추게 놔둘 때이다.'

24%

"한계가 있어요. 인간의 본성은 기쁨, 번뇌, 고통을 어느 정도까지는 견디다가 그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파멸하고 말아요. 그러니까 여기서는 사람이 약한가, 강한가의 문제가 아니고 그 사람이 고통의 한도를 견딜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입니다. 그게 도덕적인 것이든, 육체적인 것이든 말이에요."

33%

나만 이렇게 불행한 것은 아니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가졌던 희망에 실망하기 일쑤고 자신이 걸었던 기대에도 기만당하기 마련이라네.

52%

아, 인간이란 이처럼 덧없는 존재라네 자신의 존재가 아주 확실한 곳에서조차, 자신의 현재가 유일하고도 참된 인상을 만드는 곳에서조차, 인간은 사라져야 하는 법이야. 그래, 사랑했던 사람들의 기억과 마음에서도 사라지는 걸세. 그것도 너무나 빨리!

58%

우리가 확실히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모든 게 혼란이요 어둠이 아닐까 하고 의심하는 게 우리 인간들의 본성이라네.

70%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中

+) 이 책은 청년인 베르테르가 약혼자가 있는 로테를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사랑할수록 괴로움에 힘들어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실제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괴테는 약혼자가 있는 여자를 사랑해서 힘들어했고, 또 괴테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친구가 결국 죽음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듣고 그런 경험들을 엮어서 이 소설을 창작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청년 베르테르의 마음보다 로테의 마음이 어떨지 더 상상하며 읽었던 것 같다. 사랑 앞에서 지켜야 할 선이라는 건 종종 무너지곤 한다. 베르테르는 그 선을 넘지 않고자 엄청 애쓴 인물이다. 로테는 어땠을까.

로테는 정말 베르테르의 마음을 모르고 있었을까. 베르테르가 매너 있게 행동하면서 거리를 두고 있지만 아마 로테도 베르테르의 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로테는 모르는 척하기 보다 어떤 선택을 했어야 하지 않을까.

로테는 약혼자가 있으니 확실하게 베르테르에게 선을 긋고 멀리하거나, 아니면 약혼을 파기하고 베르테르를 선택하거나 둘 중 하나를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고전을 읽으면서 로테의 태도가 희망고문처럼 느껴지는 건, 그만큼 괴테라는 작가가 남녀 사이의 그 미묘한 긴장감을 잘 그려내서 깊이 몰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소설은 시대적 상황을 떠나서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상대를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지 생생하게 담아냈다.

또한 인간의 본성 혹은 인간의 성향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는 베르테르의 말들을 통해 사람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볼 기회가 되었다. 인간에 대한 편견이 무서운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거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텐데 말이다.

이 작품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남녀 사이 아슬아슬한 감정에 푹 빠져서 인물들의 심리에 깊이 공감하고 그 상황에 몰입하며 읽었다. 이 책은 사랑과 인간에 대해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그려낸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얽히고설킨 세 인물들이 각각 얼마나 다른 성향의 인간들인지 확실히 보여주었기에 강렬했다. 그리고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 또한 그들이 내리는 선택과 그들의 언행 등을 통해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인물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함께 걱정하고 화나고 속상해하며 몰입했던 작품이었다. 이런 고전을 이렇게 받아들여도 되나 싶게, 인물들 하나하나에 감정이입하며 깊이 빠져들었던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