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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ㅣ 한국추리문학선 17
황정은 지음 / 책과나무 / 2023년 7월
평점 :
"재미있긴 한데, 상당히 진부하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야."
"현실은 허구보다 진부한 법이지."
"참으로 잘 짜인 계획이야. 다만, 당신이 간과한 게 있었지. 도진명은 누나와 아버지를 사랑했어. 그는 매일 아버지 집에 찾아가서 위험을 알리려고 했었어."
pp.92~94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아빠, 미안해. 죽고 싶을 만큼 힘든 줄 몰랐어.
자살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아빠가 그렇게 용기 있는 사람이었나? 인생의 절반을 직업군인으로 살아온 아빠의 실행력을 과소평가했던 걸까? 왜 진작 아빠를 돌아보지 못했을까? 쇠약해진 아빠를 병원으로 모시기만 했어도.....
p.101
"아빠가 수면제를 삼키는 것을 제 눈으로 직접 본 건 아니니까요. 수면제를 먹겠다고 하셨지만, 마음이 바뀔 수도 있잖아요. 지 형사님은 말한 대로 다 행동에 옮기시나요?"
p.144 [낯선 가족]
"한 명은 자백을 했는데 신빙이 없고, 또 한 명은 증거가 없고, 다른 한 명은 알리바이가 완벽하니......, 대체 누가 범인인 거지?"
pp.285~286 [가나다 살인사건 - 행운의 편지]
"경찰이 들이닥치면 세탁하기 어려울 것 같아 서둘러 세탁기에 넣고 돌렸어요. 엄마가 돌아가신 일과는 별개로 가사가 몸에 밴 가정주부인 거죠. 특별한 의도를 갖고 한 일이 아닌데, 뭐가 잘못됐나요? 그저 습관처럼 몸이 움직였을 뿐이에요. 지 형사님은 그런 경험 없으세요?"
p.351 [우리만의 식사]
황정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中
+) 이 책은 반전을 거듭하는 추리소설을 모아 엮은 추리 소설집이다. 애거사 크리스티를 좋아하는 저자가 <ABC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삼아 [가나다 살인사건]을 썼다고 한다. 이 책에는 그 작품을 포함하여 단편 추리소설 4편이 실려 있다.
네 편의 소설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된 소재는 '가족'과 '욕망'이다. 가족의 사연과 인간의 욕망이 얽히고설킨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가족 간의 애증이 얼마나 무섭게 커지고 변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가족의 잇따른 자살 이면에 인간의 탐욕이 존재하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아빠의 죽음으로 벌어지는 새엄마와 남매의 갈등, 그러나 의외의 또 다른 잠재된 갈등이 존재하는 [낯선 가족],
행운의 편지를 받은 이들의 연쇄살인 사건과 사람을 죽게 만드는 인간의 욕망을 담은 [가나다 살인사건 - 행운의 편지], 가족 간 애증의 끝을 보여주는 [우리만의 식사], 이렇게 네 편의 작품을 이 책은 담고 있다.
사건의 원인을 풀어가는 추리소설의 재미를 마음껏 느끼며 읽은 책이었다.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잘 그려낸 소설들이었다.
또 서사에서 드러나는 환경 보호의 중요성, 인간에 대한 예의, 가족 간의 신뢰와 관심, 물질적 욕망으로 인한 인간의 정신적 파탄 등등도 작품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살인 사건을 대하는 형사들과 무언가를 감추는 듯한 용의자들의 모습을 보며 인물 구성이 꽤 사실적이고 그들의 심리 묘사가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흥미롭게 읽지 않았나 싶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