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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카지노 ARS를 누른다. - 이겨울의 좌충우돌 카지노 에세이
이겨울 지음 / 이채출판 / 2023년 3월
평점 :
우리가 포커 게임을 했던 것은 지루한 출장에서의 오락거리였으며, 누가 따든, 딴 돈은 모두 술과 간식을 먹는데 썼기 때문에 따로 승자가 있다거나, 또 잃었다 해도 크게 손해랄 것이 없는 순수한 놀이 즉, 친선 게임이었다.
그러나, 한번 맛을 본 포커게임의 그 재미는 이후 진짜 도박을 하게 된 계기가 되어버렸다.
p.57
이상하게 카지노에 가면 본인의 실력이나 능력 이상으로, 잘 될 것 같은 기대감이 있다. 이것은 다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잠재되어 있는 긍정 기운이다.
크게 노력하지 않고도 쉽게 돈을 벌 수 있기에 도박의 중독은 더 강하다.
게임에서 져서 돈을 잃었을 때를 꼼꼼히 계산하고 준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선, 따서 이기는 것부터 생각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5분 만에 하루 일당을 벌 수 있는, 돈을 벌기 쉬운 곳이라고 생각한다.
일 년 내내 벌었던 돈을, 또는 한평생 저축한 돈을 하루 만에, 혹은 불과 몇 달 만에 날릴 수 있는 것이 도박이며, 카지노라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pp.81~82
카지노를 안 가는 것이 돈을 아끼는 방법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월급 타면 당장 대출금을 갚는데 다 지출되고, 또 얼마간의 생활비라도 벌어볼 요량으로 다시 카지노에 간다. 따면 좋아서 다시 가고, 잃으면 본전 찾겠다고 다시 가고.. 돌고 도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근데 있잖아~ 꿈과 희망을 꼭 노름에서 찾지는 말재이~ 니는 배운 것도 많고 할 줄 아는 것도 많잖아. 사업해도 되고 장사해도 되고 또 책을 써도 되고~"
pp.223~225
스스로 제어하기 힘들 때는, 중독관리센터의 강제적인 출입일수 제한 장치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p.343
이겨울, <오늘도, 카지노 ARS를 누른다.> 中
+) 이 책의 제목만 보았을 때 작가가 카지노 직원이라고 생각했다. 그건 카지노 ARS를 누른다는 표현이 무슨 뜻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그 표현은 카지노에 출입하기 위한 절차였다. 저자는 카지노 게임 중독, 즉 도박을 경험하며 인생의 바닥까지 내려간 이야기를 이 책에서 풀어냈다.
우선 저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로 시작된다. 슈퍼를 운영하던 저자의 엄마는 싹싹해서 동네 사랑방 주인 노릇을 했었다. 그러다가 그 장소가 화투판으로 변해가고, 그렇게 번 돈으로 자식들을 건사했다. 아마도 저자는 그런 모습에서 부정적인 면보다 애처롭고 안타까운 면을 먼저 발견하지 않았나 싶다.
회사 동료와 재미 삼아 하게 된 포커게임으로 저자는 카지노 게임에 발을 들인다. 도박으로 이어지리란 생각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 뒤 저자는 회사 생활, 일상생활, 가족 및 교우 관계가 악화될 정도로 카지노 게임에 중독되고 많은 빚을 지게 된다.
도저히 제어가 안되는 상황에서 결혼을 하게 된다. 다행히 도박하지 않는 남자를 만났지만, 저자는 여전히 카지노 게임을 하러 다닌다. 중간중간 카지노에 가지 않던 시기도 있었지만 결국 다시 찾게 된다.
신기한 건 이 책의 저자가 여전히 카지노에 가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카지노 게임을 말 그대로 사람들이 즐기는 취미 활동이나 게임 정도로 생각하지, 위험한 게임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길 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질 때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제는 전략을 세워 게임에 임하며 올인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며 결론은 교훈이거나 반성, 교화 등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의외의 결말이 제시된다.
그런 점에서 저자를 비난하거나 가르치려 들 생각은 없다. 카지노 게임을 도박이 아니라 선수들이 하는 경기처럼 생각하는 부분이 좀 신기할 뿐이다. 사람이 스스로를 통제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중요한 건 저자도 지금은 그것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게임 자체를 즐기지 않고 승부에 초연한 편이라 책을 읽는 내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기분이었다.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정말 순식간에 카지노 게임에 빠져들었다. 승부욕이 넘치는 사람들은 카지노를 멀리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