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자매
바버라 프리시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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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파도가 출렁이는 물 위에 까닥거리고 있는 작은 보트가 하나 있고 파란색과 녹색, 그리고 회색이 혼재된 그림이었다. 멀리 보이는 한 점 불빛이 보트를 부르고 있었지만, 보트는 그곳에 이르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정말요? 저 보트는 해안에 도달하게 되나요?"

"당신 생각에는요?"

"난 모르죠. 가끔은 안 좋은 일이 그냥 생기곤 하잖아요. 사람들이 항상 집으로 오는 건 아니고요. 인생은 생존을 위한 전투일 수도 있어요."

pp.55~56

"당신은 어떤 주제에 영감을 받아 그림을 그려요?" 내가 물었다.

"출발점이 어디든 간에 나는 언제나 극복할 수 없는 역경에 맞서 싸우는 걸로 끝이 나요."

"엄마 집에 걸려 있는 그림 속 거대한 폭풍에 갇힌 작은 보트 같은 것 말이죠."

p.133

"2주면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이에요. 한순간에도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고요. 당신 인생은 단 한 번이에요, 브린. 음악이 당신이 해야 하는 일이라면, 그걸 해요. 다른 모든 건 어떻게든 될거예요."

p.136

"저기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넌 저 사람들을 위해 연주하는 게 아니야. 너를 위해 하는 거지. 넌 오직 그것만 생각하면 돼."

"그게 로라 선생님이 항상 하신 말씀이에요."

그 말을 듣고 나는 속으로 움찔했다. 엄마와 나는 중요한 여러 부분이 여전히 닮아 있는지도 몰랐다.

우리가 악기를 내려놓자마자 밀라는 나를 양팔로 감싸 안고 꽉 껴 안았다. "고마워요." 그 아이가 말했다. "여태껏 제가 연주했던 것 중에서 최고였어요."

"나도 그래. 넌 대단했어, 밀라. 우리 어머니가 들었으면 널 정말 자랑스러워했을 거야."

"그리고 언니도요."

그 아이의 말에 나는 울컥 목이 메었다.

pp.229~230

"그냥 미래가 너무나 예측 불가능해 보일 때 미래의 계획을 세운다는 게 얼마나 불가능한 일인가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흠, 난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닌데 너무 많은 계획을 세우는 건 좋지 않은 생각이라고 늘 생각해 왔어요. 가끔은 되는 대로 선택을 하고 결과를 따라 굴러가야 하기도 하죠."

p.327

바버라 프리시, <거울 자매> 中

+) 이 소설은 쌍둥이 자매 중에서 동생 '브린'이 중심이 되어 사건을 풀어나가는 구조로 되어 있다. 자기 결정력과 통제력이 강한 언니 '다니'와 늘 언니를 따라왔던 동생 '브린'. 언니의 일을 계속 도와야 할지, 자기만의 길을 가야 할지 브린이 망설이고 있을 때 사건이 시작된다.

그들이 어렸을 때 죽었다고 들은 친엄마가 20년 만에 그들의 인생에 등장한다. 그것도 총을 맞아 쓰러진 채 병원에 있다는 연락으로 말이다. 그 전화를 받은 브린은 엄마가 계시다는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과연 친엄마가 맞을지, 어렵게 임신한 언니에게 이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며칠 뒤면 언니 곁을 떠나 오케스트라 순회공연에 참여할지 말지 연락을 줘야 하는데. 소설에서 드러나지 않은 3시간의 차량 이동 중에 그녀에게 떠올랐을 많은 것들이 연상됐다.

브린은 언제나 자기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삶을 선택했다. 엄마가 죽었을 때 자기를 감싸고 이끌어준 언니를 보호자처럼 따르며 존중하고 사랑했다. 그렇기에 자기 목소리를 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건 자연스러운 거였고 브린에게 당연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브린은 자기 삶에서 자기의 선택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걸 점차 배우게 된다. 가족도 중요하지만 자기 인생은 자기가 선택하는 것이 옳다. 달라진 브린의 모습에 언니 다니는 배신감도 느끼고 많이 당황스러워했지만, 결국 언니 역시 브린의 의견을 존중한다.

이 소설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고 하나씩 반전이 등장할 때마다 '헐'이라는 탄식어가 절로 나온다. 보통 스릴러 소설은 어느 정도 결과가 예상이 되는데, 이 작품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읽으면서 계속 예상한 상황이 빗나갔고 양파 껍질처럼 새로운 반전과 이야기는 계속 진행됐다.

약 430쪽이나 되는 긴 분량의 소설이었지만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플롯을 꽤 치밀하게 구성한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며 재미있게 읽었다.

더불어 내게 있어서 가족의 의미, 그 안의 나란 존재의 존재감, 또 인생에서 계획을 세운다는 것이 어떤 가치가 있을지 돌아보았다. 인생은 언제나 변수의 연속이다. 비슷하게 보이는 일상에서도 늘 예측하지 못한 상황은 발생하고, 자기가 세운 계획대로 순탄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브린에게 조언하는 '케이드'의 말처럼 가끔은 되는 대로 선택하고 결과를 따라 굴러가기도 해야 한다는 말에 공감했다. 수많은 변수 앞에 당황하거나 속상해하기 보다, 브린처럼 전과는 다른 선택도 해보고 상처를 받거나 좌절해도 우선 걸어보는 것. 케이드의 그림처럼 역경에 맞서 싸우는 장면으로 끝나는 인생도 괜찮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긴 분량의 이 스릴러 소설을 다 읽고, 다시 맨 앞 부분으로 돌아가 일정 부분을 또 한번 더 읽었다. 아, 이랬구나.

작가가 플롯을 참 흥미롭고 성실하게 잘 짰다고 생각한 소설이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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